연구실에서 치열하게 고민한 기술들이 대학 울타리를 넘어 현장 곳곳으로 확산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역산업연계 대학 오픈랩(Open Lab) 육성지원’ 사업을 통해서다. 인제대와 전남대는 이 사업으로 개발한 산업 기술을 지역 기업들에 이전하며 지역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인제대, 신개념 콘택트렌즈 개발
정옥찬 인제대 교수 연구팀은 콘택트렌즈에 의약품을 결합한 융복합 제품인 안구건조증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정 교수팀은 대원제약, 엔보이비젼과 관련 기술에 대해 각각 4000만원, 1억원 규모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했다.안구건조증 치료제는 미세 약물 저장구조를 가진 콘택트렌즈다. 약물 저장과 정량 방출 조절 제어를 위해 약물 저장 공간을 지닌 폴리머(다수 화학결합으로 연결된 화합물) 콘택트렌즈와 이를 덮는 폴리머 차단막으로 설계했다.
연구팀은 콘택트렌즈의 형상 설계와 접합기술 노하우를 두 기업에 컨설팅했다. 엔보이비젼은 렌즈 몰드 금형 사출과 제작된 렌즈 몰드를 이용해 콘택트렌즈를 양산하고, 대원제약은 양산된 콘택트렌즈에 안구건조증 치료 약물을 주입한다. 2028년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획득과 발매가 목표다. 2024년 임상 1상 IND 승인을 시작으로 2025년 임상 1상, 2026년 임상 2상, 2027년 임상 3상을 완료할 예정이다.
이 밖에 인제대에서는 인공지능 기반 디지털 헬스케어 및 클라우드 플랫폼을 개발하는 김희철 교수, 개인정보 관리 기술을 연구하는 양진홍 교수, 해양 유효물질 기반 심장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김형규 교수, 폐의 냉동 생검을 위한 지혈용 삽입관 유닛 기술사업화을 하고 있는 박진한 교수 연구팀 등이 오픈랩 사업에 참가하고 있다.
전남대, 친환경 소금 개발
김명준 전남대 교수 연구팀은 미세플라스틱을 제거한 친환경 소금 제조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김 교수 연구팀과 에코솔트는 마그네슘 함량조절 세척 염수와 관련 제조방법, 세척 천일염 제조방법 등에 대해 작년 10월 5억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다.천일염에는 바닷물에 섞여 있던 미세플라스틱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또 바닷물에는 일정량의 마그네슘이 녹아 있어 쓴맛을 낸다. 이 때문에 기존 숙성 천일염은 생산 과정에서 마그네슘을 제거하는 간수 작업을 거쳐야 해 관련 시설과 비용 부담이 컸다. 물질의 비중과 부유 특성 차이를 이용해 미세플라스틱을 100% 가까이 제거하고, 탄산나트륨 침전 반응을 이용해 마그네슘을 제거하는 세척수 제조기술이 핵심이다.
전남대 오픈랩 관계자는 “전남지역에서 단순한 소금 원물 생산을 탈피해 고부가가치 친환경 천일염을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며 “지역 내 고용창출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두운 전남대 교수 연구팀은 항바이러스 소재 기술기업 바이오쓰리에스와 코로나 바이러스 중화항체 대체용 단백질 상품화에 나섰다. 연구팀은 바이오쓰리에스와 2억원 규모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다. 연구팀은 작두콩에서 추출한 물질을 이용해 바이러스 포획 단백질을 개발했다. 단백질 대량 생산을 위한 발효조 시스템과 생물공정법도 확보했다.
이외 전남대 오픈랩 참가 연구팀에는 신규 활성균주를 이용한 미생물 백신을 개발하는 박애란 교수, 조직 재생을 촉진하는 바이오 그래핀 기반 임플란트를 개발하는 김형근·김장호 교수, 그래핀-메탈 나노와이어 하이브리드 분산액을 적용한 유연 발열필름을 개발 중인 한종훈 교수 등이 있다.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