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관련해 국민의힘이 청와대를 향해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국정에는 작은 공백도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전날에 이어 이날도 집무실 이전은 '안보 공백'이 우려된다는 입장을 더욱더 공고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영상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국가 안보와 국민 경제, 국민 안전은 한순간도 빈틈이 없어야 한다"며 "정부 교체기에 조금도 소홀함이 없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안팎으로 우리는 엄중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신냉전 구도가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국제 안보 환경 속에서 한반도 정세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며 "우리 군이 최고의 안보 대비 태세를 유지해야 할 때다. 안보에 조그마한 불안 요인도 있어서는 안 된다. 정부 교체기에 더욱 경계심을 갖고,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매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제 경제 상황도 급변하고 있다. 공급망 문제와 에너지 수급, 국제 물가 상승 등의 불안 요인에 선제적으로 대처하면서 기술 패권 경쟁과 디지털 전환, 탄소중립이라는 거대한 도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정부는 대외 위협 요인과 도전으로부터 국민 경제를 보호하고 민생을 지키는 역할을 다하면서 다음 정부로 잘 이어지도록 노력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국민의힘은 전날 오후 청와대가 안보 공백을 우려하면서 "새 정부 출범까지 얼마 남지 않은 촉박한 시일 안에 국방부, 대통령 집무실 등을 이전하겠다는 계획은 무리한 면이 있어 보인다"고 제동을 걸자 이날 반박 논평을 내는 등 청와대의 수용을 촉구하고 있다.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국민과 소통하는 대한민국을 위해 떠나는 문(文) 정권도 협력하길 촉구한다'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청와대 집무실 이전 계획에 대해 어제(21일) 청와대는 당선인 국정운영 방향을 존중한다더니 반나절도 되지 않아 입장을 뒤집었다"며 "문 대통령이 주재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안보 공백과 혼란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예비비 예산을 거부하며 청와대 집무실 이전을 무산시키려 하고 있다"고 했다.
허 대변인은 "새해 벽두부터 반복되는 북한 미사일 위협에도 한 번도 도발이라 말하지 못하고, 우리 국민의 혈세가 투입된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눈앞에서 폭파되어도 사과조차 받아내지 못하고, 북한으로부터 온갖 모욕적인 욕설을 듣고도 침묵하던 이 정권이 할 말은 아닌 듯하다"며 "안보 공백을 넘어 안보 붕괴 상황에서도 대통령 주재로 NSC를 열지도 않았던 정권이 무슨 염치로 안보 위기를 핑계로, 그것도 5년 전 스스로 국민 앞에 했던 약속을 부정하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청와대를 나와 국민과 소통하겠다는 의지마저도 내가 하면 옳고 남이 하면 안 된다는 이 정권 특유의 '내로남불'이나 다름없다"며 "청와대와 민주당은 더 이상 안보 공백이라는 핑계와 이전 비용 1조 원 등의 가짜뉴스로, 새롭게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의 첫걸음에 문 정부와 민주당은 몽니와 오기가 아닌 화합과 협치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스스로 지키지 못한 대국민 약속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며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는 청와대 이전으로 인한 안보 공백 우려에 대해 이미 충분히 검토했으며, 한 치의 빈틈없는 단호한 안보태세를 확립할 준비가 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는 제왕적 권위는 내려놓고 국가의 미래를 위해 내린 결단이며, 국민 앞에 더욱 가까이 소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그리고 이제 떠나는 문재인 정권 역시 통합의 대한민국, 국민과 소통하는 미래를 위한 그 길에 힘을 모아주길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