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결정을 두고 "레임덕이 아닌 취임덕에 빠질 것"이라며 맹공을 펼쳤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키지 못한 약속을 이제라도 지킬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한다"라며 맞섰다.
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1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국민은 고통스러운데 당선인이라는 분이 새집을 꾸밀 궁리만 하고 있으니 참담하다"라며 "미국에서는 '한국에 K 트럼프가 나섰다'라는 말이 떠돌고, 항간에는 '레임덕이 아닌 취임덕에 빠질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라고 지적했다.
윤 위원장은 "청와대 용산 이전을 철회해야 할 이유가 차고 넘친다"라며 "(윤 당선인이) 즉각 청와대 이전 계획을 철회하고, 다급한 민생문제부터 챙겨줄 것을 당부한다"라고 덧붙였다.
조응천 민주당 비상대책위원도 이날 "지금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수많은 대선 공약 중 경중과 완급을 따져 임기 개시 첫날부터 어떠한 사업을 추진할 것인지 준비하는 기간"이라며 "하지만 윤석열 인수위가 열흘 간 몰두한 유일한 것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 집무실 인테리어, 집무실 이사 비용"이라고 꼬집었다.
조 위원은 "윤 당선인에게 진심으로 요청한다. 임기 첫날부터 국민에게 보여드려야 할 것은 용산 집무실이 아니라, 국민들께 약속드린 2차 추경"이라며 "보여주기식 대통령 집무실 이전 같은 것이 아니라, 당장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와 국민통합에 꼭 필요한 정치개혁, 그리고 안보 공백 우려를 해소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광화문 대통령 공약'을 제시했던 부분을 상기하면서 민주당의 비판에 반박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퇴근길 남대문 시장에 들러 '시민과 소주 한 잔 나눌 수 있으면서 소통할 수 있는 대통령이 되겠다'라고 발언하기도 했다"라며 "하지만 정권 출범과 함께 국민과 한 약속은 휴지 조각이 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에게 돌려드리겠다던 청와대에 문 대통령의 자녀가 거주하면서 아빠 찬스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공약 파기에 대한 제대로 된 사과 역시 없었다"라며 "민주당은 아직 출범도 하지 않은 새 정권이 발목 잡는 데 혈안이 될 것이 아니라 문 대통령이 지키지 못했던 광화문 대통령 약속을 이제라도 지킬 수 있도록 협조해야 마땅할 것"이라고 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새 정부의 용산 집무실 계획은 은둔형 대통령이 아닌 국민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라며 "당에서도 이제 입지에 대한 이견보다는 용산 집무실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한 건설적인 의견들을 계속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대통령은 취임하게 되는 순간부터 연속적으로 치열하게 국정을 다루기 때문에 임기 중에 집무실을 이전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라며 "따라서 임기 개시와 동시에 집무실을 새로운 터전에 마련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윤 당선인은 전날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을 공식화하면서 "국민께 불편을 드리는 측면, 청와대를 온전히 국민께 개방하여 돌려드리는 측면을 고려하면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결정을 신속히 내리고 추진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라고 밝혔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도 이날 서울 종로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브리핑을 통해 "(집무실 이전을 위해) 490억원 넘게 예비비를 신청했다고 말씀드렸다"라며 "이를 위한 현 정부와의 협조는 신뢰를 기반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안다"라고 설명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bigze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