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감귤 품종이 로열티를 받고 미국에 수출된다. 일본 품종을 키우던 미국 현지 업체가 한국산으로 교체를 요청해서다.
농촌진흥청은 국산 감귤 품종인 '탐나는봉'이 미국 현지 감귤 재배·유통업체에 기술이전됐다고 21일 밝혔다. 일본 품종인 부지화(상품명 한라봉)를 재배하던 현지 업체가 탐나는봉으로 재배 품종을 교체키로한 데 따른 것이라고 농진청은 설명했다.
계약기간은 올해부터 품종보호가 만료되는 2035년까지 14년간이다. 계약 물량은 총 23만 6000 주(그루)로, 올해 1만 주를 시작으로 점차 재배 규모를 확대할 예정이다. 금액으로는 1주당 1.25 달러씩을 로열티로 받는다. 14년간 로열티 금액은 총 29만 5000 달러(3억 6500만 원) 규모다.
이번 계약은 국내 생산 농민의 피해를 막기 위해 미국 내 생산 판매만을 허용하며, 현지에서 생산한 묘목과 과실의 국내 반입은 금지하는 조항을 넣었다.
‘탐나는봉’은 ‘부지화’(한라봉)의 돌연변이 품종이다. 국내에서는 2014년 품종보호 등록을, 미국에서는 2019년 식물특허 등록을 마쳤다. 국내에는 2018년부터 보급되고 있다. 2021년 기준 재배면적은 9.2ha 규모다.
탐나는봉이 미국에서 일본 품종 부지화를 밀어낼 수 있었던 것은 현지 실증재배 실험 결과 더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겉모양은 한라봉과 유사하지만 무게가 280g 내외로 더 크고, 당도는 15브릭스 내외로 부지화보다 1브릭스 가량 높다는 장점이 드러난 것이다. 식감도 우수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현지 유통업체의 김병학 대표는 “기존 품종보다 생육과 맛 면에서 뛰어난 ‘탐나는봉’이 미국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일본계 한라봉 품종을 대체할 수 있도록 점진적인 품질 개선과 현지 판매 전략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진청은 감귤 수출 확대를 위해 감귤연구소와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을 중심으로 해외 적응성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19년부터는 호주에서 ‘미니향’, ‘탐빛1호’의 해외적응성을 시험 중이다. 나무가 열매를 맺는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열매 평가를 통해 호주시장 진출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김대현 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감귤연구소장은 “‘탐나는봉’의 미국 진출은 많은 감귤 육종 강국의 도전지인 미국에서 우리 품종의 우수성을 인정받은 사례인 점에서 더욱 의미 있다”며 “앞으로도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경쟁력 갖춘 품종을 개발하고, 안정적인 시장 정착을 위해 재배 기술 보급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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