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신저 리보핵산(mRNA) 기술 확보를 위한 글로벌 전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 기업들 간 인수합병(M&A) 경쟁도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코로나19 백신으로 주목받은 mRNA가 백신은 물론 항암제 치매약 등 인류가 아직 넘지 못한 질병 치료의 핵심 기술로 떠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하지만 국내에선 여전히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천기술이 없어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독일 머크는 지난 1월 미국 위탁개발생산(CDMO) 업체 엑셀리드를 7억8000만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엑셀리드는 체내 주입된 mRNA를 변형 없이 안정적으로 원하는 곳에 데려다주는 전달체인 지질나노입자(LNP) 제조에 특화된 업체다. mRNA 치료제 개발에 필수적인 공정이다. 머크는 1년 전에도 mRNA CDMO 업체 앰프텍을 인수했다. mRNA 치료제 개발에 필요한 요소 기술을 연달아 확보한 것이다.
프랑스 사노피는 지난해 4월 4억7000만달러를 들여 mRNA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타이달테라퓨틱스를 인수했다. 넉 달 뒤에는 32억달러에 mRNA 치료제 개발 바이오텍 트랜스레이트바이오를 인수했다. 사노피는 지난해 화이자, 모더나와 같은 mRNA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다가 중도 포기했었다. 업계에서는 “전통적 백신 강자인 사노피가 코로나19 백신 개발 부문을 화이자, 모더나에 내주자 이를 만회하기 위해 mRNA 치료제 개발에 승부수를 띄운 것 같다”고 했다. 사노피는 mRNA 백신 개발에 매년 4억유로를 투자하겠다고 공언했다.
노바백스, 화이자 등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도 mRNA 기술의 잠재력을 높게 보고 관련 기술 확보에 뛰어들고 있다. 코로나19 mRNA 백신으로 큰 돈을 번 모더나는 2025년까지 15대 병원균에 대한 백신 후보물질을 임상 단계에 올려놓겠다고 했다.
국내에서도 mRNA 임상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제약사들처럼 바이러스 백신 및 암 치료제가 아니라 여전히 코로나19 백신 임상에 머물러 있다. 그나마도 핵심 기술은 모두 로열티를 내고 해외 기술을 쓴다. mRNA의 안정성을 높여주기 위한 캐핑(mRNA가 체내에서 쉽게 분해되지 않도록 감싸는 기술)과 전달체(DDS) 기술 등이 대표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커지는 mRNA 시장에 대응하려면 기존 특허를 침해하지 않는 회피 전략과 함께 기초과학 연구 지원을 통한 원천기술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했다.
업계에 따르면 mRNA 백신·치료제 시장은 지난해 94억달러에서 2026년 154억달러로 연평균 10.5%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오기환 한국바이오협회 전무는 “미국과 영국 정부는 개발 난도가 높아 성공한 적이 없는 치료제 개발을 위해 독립된 기구를 설립하는 등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며 “치료제 개발은 민간이 하더라도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연구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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