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방안을 검토한다는 소식에 "여기(청와대) 안 쓸 거면 우리가 그냥 쓰면 안 되냐"고 발언한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을 향해 "마지막이라도 책임과 진중함을 보여달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탁 비서관은 "임기 54일 남은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신경 쓰지 말라"고 받아쳤다.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17일 논평을 통해 "임기를 불과 두 달도 남기지 않은 시점까지 특유의 조롱과 비아냥으로 일관하는 탁현민 비서관의 행태에 유감을 표한다"며 "무엇보다 빈틈없는 정권 이양에 몰두해야 할 청와대 참모진으로서 오늘의 언사(言辭)는 매우 부적절하다"고 했다.
그는 "그 누구의 것도 아닌 오직 국민의 것인 청와대를 또다시 '우리'의 것인 양 구분 짓는 편 가르기도 이제는 전(前) 정권의 유물이거니와, 폐쇄적이었던 청와대를 국민께 돌려드리겠다는 당선인을 일본에, 국민을 왕정 시대의 신민(臣民)으로 비유한 것은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 대한 모욕이나 다름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렇다면 5년 전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며, '집무실을 광화문 청사로 옮기겠다', '구중궁궐 같은 청와대를 나오겠다'던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뭐라 말할 거냐"며 "자신들이 하면 '옳은 일'이고 다른 이들이 하면 어떻게든 생채기를 내고 싶은 '내로남불 DNA'를 끝까지 버리지 못한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우리나라는 코로나19 확진자 수 세계 1위'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틈만 나면 문 정권의 'K-방역'을 앞장서 자랑하던 탁 비서관 역시 그 책임이 무거울 것"이라며 "그렇기에 지금 청와대 참모진이 해야 할 일은 SNS로 새 정부의 정책에 대한 왈가왈부가 아니라, 어떻게든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코로나19 대책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부디 탁 비서관의 인식이 청와대 참모진 모두의 것이 아니기를 바란다"며 "남은 두 달, 부디 자중하며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며 정권 이양에 흐트러짐이 없도록 해주길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허 수석대변인의 논평이 나온 지 약 한 시간 반 뒤 탁 비서관은 페이스북에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님 외람되지만, 임기 54일 남은 청와대 의전비서관에 신경끄시고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해주십셔. 충성"이라고 적었다.
앞서 탁 비서관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 집무실을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과 관련해 "여기 안 쓸 거면 우리가 그냥 쓰면 안 되나 묻고 싶다"고 이날 페이스북에 적었다.
탁 비서관은 "지극히 개인적으로 저는 당선인의 청와대 이전에 전혀 의견이 없다"며 "다만 이미 설치돼 운영되고 보강돼온 수백억 원의 각종 시설이 아깝고, 해방 이후부터 지금까지 있었던 수많은 역사, 그리고 각종 국빈 행사의 격조는 어쩌냐"고 했다.
탁 비서관은 "청와대가 사람들의 관심과 가보고 싶은 공간인 이유는 거기 대통령이 있기 때문"이라며 "일전에 '저도'를 반환했을 때 처음에는 국민들이 관심이 많았지만, 결국엔 관심이 사라지고 결국 사람들이 별로 찾지 않는 공간이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본이 창경궁을 동물원으로 만들었을 때도 '신민'들에게 돌려준다고 했었다"고 덧붙였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