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제7회 석오기술상 대상은 ‘다기능 입자 적용 UV 차단 기술’을 개발한 메이크업연구소의 엄윤주 선임연구원이 수상했다. 이 신기술은 자외선의 흡수, 반사, 분산 등 다기능의 입자(소재)를 선크림에 함유시켜 자외선을 효과적으로 차단시킨다. 한국콜마는 서울 내곡동에 있는 종합기술원 중앙회의실의 이름을 ‘엄윤주 룸’으로 바꿨다.
자외선 차단 뛰어난 다기능 입자 신기술
17일 내곡동 종합기술원에서 만난 엄 연구원은 “수상 기술을 적용한 자외선차단제 제품에 대한 시장 및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은 편”이라고 밝혔다. 연구개발(R&D)엔 1년 가량 걸렸으며 신기술을 적용해 출시한 제품들은 10여개가 넘는다. 엄 연구원은 “해당 기술이 탑재된 제품은 사용감이 가벼워 매일 발라도 부담 없고 덧발라도 잘 뭉치지 않는다”면서 “피부가 하얗게 되는 백탁현상도 없다”고 설명했다.다기능 입자 적용 UV 차단 기술에 적용된 미립자 소재의 입자 크기 덕분에 보통 유기자외선 차단제보다 피부에 흡수될 위험이 적다. 엄 연구원은 “제품을 소량만 써도 넓은 파장대의 자외선을 차단해 효과도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인 유기자외선 차단제는 자외선을 반사하거나 산란시키진 못한다. 하지만 수상 기술에 적용된 소재는 유기자외선 차단제 성분을 미립자 형태로 만들어 무기자외선 차단제의 장점인 자외선 반사 및 산란 기능도 가능하도록 했다.
자외선을 산란시키는 정도는 물질의 굴절률을 통해 가늠할 수 있다. 보통 유기자외선 차단제의 귤절률이 1.4~1.5인데 반해 수상 기술에 적용된 소재는 1.8이다. 자외선을 산란시키는 효과가 훨씬 크다는 얘기다. 또 입자 크기를 여러 종류로 만들어 다양한 파장의 자외선을 흡수할 수 있도록 했다. 입자 크기가 100~400㎚로 다양해 일반 유기자외선 차단제보다 넓은 파장대의 자외선 차단이 가능하다.
엄 연구원은 2017년 한국콜마에 합류한 이후 줄곧 자외선차단제가 포함된 제형만 연구해 온 이 분야 전문가다. 엄 연구원은 “소비자들은 매일 바를 수 있는 가벼운 선크림을 원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사용자 수요에 따라 피부밀착력이 높으면서 무겁지 않고 자외선 차단 효과는 뛰어난 선크림 개발에 매달려 왔다”고 말했다.
ESG·바른소비…'클린뷰티' 제품 유행
실제로 자외선차단제는 로션과 크림, 젤 등 다양한 제형이 있다. 자외선을 차단하는 유효성분에 따라 유기 자외선차단제와 무기 자외선차단제, 그리고 두 성분이 혼합된 차단제로 분류된다. 유기 자외선차단제는 유기 화학성분에서 유래한 자외선차단제로 자외선을 피부 위에서 흡수해 소멸시킨다. 피부에 닿은 자외선이 제품 속 화학 성분과 반응을 일으켜 다시 적외선으로 나가는 식이다. 백탁 현상이 적고 얇고 가볍게 발린다.무기 자외선차단제는 티타늄디옥사이드나 징크옥사이드 같은 전이금속의 산화물을 포함한다. 쉽게 말하면 천연 돌가루가 피부 위에서 자외선을 산란 및 반사시켜 튕겨내는 원리다. 피부에 흡수가 되지 않고 표면에서 자외선을 차단하기 때문에 차단 범위가 비교적 넓고 자극이 적다. 다만 백탁 현상이 있고 발림성이 좋지 않다. 유기와 무기 자외선차단제를 혼합한 제형은 각각의 단점은 상쇄하고 장점은 부각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동안 자외선차단제의 성수기는 여름이었다. 하지만 자외선 차단에 대한 중요성 및 필요성이 널리 퍼지면서 얼마 전부터는 계절적인 요소가 사라지고 항상 바르는 제품이라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관련 업계는 올해 자외선차단제의 트렌드를 ‘클린 뷰티’로 예상한다. 미국 하와이에서 서핑을 하는 서퍼들이 바른 자외선차단제가 바닷물에 씻기면서 화장품의 화학성분이 물 속으로 흘러들어가 산호초의 성장을 방해한다는 지적이 얼마 전부터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옥시노세이트 등 자외선차단제의 일부 성분을 빼야 한다는 움직임과 자정운동이 전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엄 연구원은 “피부에 좋지 않은 성분을 배제하고 동물 유래 원료, 해양 환경 저해 성분 배제 등 지구 생태계 전반을 고려하는 흐름이 글로벌 화장품 시장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추세는 사람들의 올바른 소비 흐름 및 기업들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강화 등과 맞물려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관련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