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16일 회동이 당일 무산됐다. 현직 대통령과 차기 대통령의 만남 취소는 전례가 없는 일이다. 신구(新舊) 권력이 정권 이양 시작 단계부터 정면충돌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은 실무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아 일정을 다시 잡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연 브리핑에서 회동 취소 소식을 전하며 “실무자 차원의 협의는 계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만남 취소는 행사 시작 4시간 전인 오전 8시께 급작스럽게 발표됐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낮 12시 청와대 상춘재에서 배석자 없이 단독으로 만나 오찬을 함께할 예정이었다.
양측은 회동 취소 사유를 밝히지 않았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무산 이유가) 어떤 것인지는 서로 얘기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문재인 정부 임기 말의 인사 문제가 주요 요인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과 장 실장은 수차례 만나 회동 의제를 조율해 왔다. 청와대는 이 과정에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후임, 공석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등 일부 정부·공공기관 인사를 단행하겠다는 뜻을 전달했고, 윤 당선인 측은 이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문제에서도 이견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윤 당선인은 회동에서 문 대통령이 임기 내에 이 전 대통령을 사면할 것을 건의할 예정이었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이 전 대통령 사면으로 인한 이견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추측할 수 있는 건 결국은 인사 문제”라고 말했다.
임도원/김인엽 기자 van7691@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