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닭볶음탕 등에 사용되는 육계 신선육 제조·판매업자들이 무려 12년에 걸쳐 가격 인상을 담합한 사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육계협회는 “담합으로 얻은 실익이 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공정위는 16일 육계 신선육 시장의 77% 이상을 차지하는 하림 등 16개 사업자가 조직적으로 가격 담합을 한 사실을 적발하고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1758억2300만원을 부과했다. 법 위반을 주도한 올품, 한강식품, 동우팜투테이블, 마니커, 체리부로 등 5개사에 대해서는 검찰 고발 조치도 취했다.
공정위 조사 결과 이들은 2005년 11월 25일부터 2017년 7월 27일까지 육계 신선육 판매가격을 공동으로 결정하거나 출고량·병아리 입식량 조절을 합의하는 등의 방식을 동원해 담합했다. 이들은 이때 16개 사업자가 가입한 한국육계협회의 대표이사급 모임인 통합경영분과위원회를 주요 창구로 활용했다.
구체적으로 하림, 올품 등은 16차례에 걸쳐 육계 신선육 판매가를 산정하는 요소인 제비용(도계 공정에 드는 모든 경비), 생계 운반비, 염장비 등을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할인 하한선을 설정하거나 할인 대상 축소 등을 정하는 방식으로 가격할인 경쟁을 서로 제한했다. 또 이들은 20차례에 걸쳐 육계 신선육을 냉동 비축하는 방법으로 출고량을 줄이기도 했다. 도계된 육계 신선육을 시중에 공급할 경우 공급량 증가로 판매가격이 낮아지는 것을 막기 위한 시도였다.
공정위는 2006년에도 하림 등 15개 사업자의 육계 신선육 가격·출고량 담합 사실을 적발해 과징금 26억6700만원의 제재를 내렸다. 하지만 육계 판매업자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재차 담합에 나섰다는 점에서 엄중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공정위는 또 이번 담합에 가담한 육계협회의 ‘사업자단체 금지행위’ 사건에 대해서도 별도 심의 후 제재할 방침이다. 과징금이 과도하다는 업계 주장에 대해 조홍선 카르텔조사국장은 “담합 기간이 길고 관련 매출이 12조원이라서 과징금이 많은 것으로 보일 뿐”이라며 “시정 조치에도 재차 발생한 담합은 무관용 원칙으로 강도 높게 제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육계협회는 이번 조치에 대해 입장문을 내고 “신선육 특성과 관련 법령 및 농식품부 등 유관 부처의 행정지도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처분”이라며 “사업자들이 막대한 과징금을 감내할 수 없어 도산 위기에 직면했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협회는 또 “육계협회 회원사인 13개 사업자의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영업이익률이 평균 0.3%에 불과하다”며 “가격 담합으로 얻은 부당 이익이 없다”고 주장했다. 육계협회는 이 같은 내용을 협회에 대한 공정위 심의과정에서 재차 소명할 계획이다.
이지훈/박종관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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