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에서 주요 지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를 하루 앞두고 국제유가가 급락하는 등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를 완화하는 신호가 나온 영향으로 일제히 반등했다. 특히 한국 증시에 영향이 큰 반도체업종의 주가가 급등했다.
15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일 대비 599.10포인트(1.82%) 오른 33,544.34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89.34포인트(2.14%) 상승한 4,262.45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367.40포인트(2.92%) 뛴 12,948.62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FOMC 정례회의 결과를 하루 앞두고 국제유가 하락과 예상치를 밑돈 2월 생산자물가지수(PPI) 발표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가 완화된 영향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우크라이나 전쟁의 휴전 기대감도 증시 상승에 보탬이 됐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일 대비 6.57달러(6.4%) 하락한 배럴당 96.4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최근 고점인 지난 8일의 123.70달러 대비 22.04%가 하락한 수준이다. 5월물 브렌트유도 배럴당 99.91달러로 마감돼 3주만에 100달러선 아래로 내려왔다.
미국의 2월 PPI는 전월 대비 0.8% 상승했다. 전월의 1.2% 상승과 예상치인 1.0% 상승을 모두 밑돌았다.
인플레이션 우려를 완화하는 지표가 나오면서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장중 하락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FOMC 정례회의 결과를 하루 앞두고 상승세로 전환해 연 2.158%까지 올랐다.
미국 중앙은행(연방준비제도·Fed)은 이번 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5bp(0.25%)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미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의회 발언 등을 통해 25bp 인상을 시사한 바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 반영된 올해 3월 연준이 금리를 25bp 인상할 가능성은 96.3%에 달했다.
시장 참여자들은 향후 금리 인상 속도를 가늠할 점도표와 양적긴축(대차대조표 축소)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는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한 협상도 지속되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재 우크라이나의 군사적 중립 지위 확보를 위한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국은 화상회의 형식으로 이날도 4차 평화 회담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연합(EU)과 영국은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내놨다. EU는 철강, 명품 무역 제한 등을 담은 4차 제재를 채택했고 영국은 러시아로 초고가 사치품 수출을 금지하고, 보드카 등 수백 개 수입품에 35%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러시아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위험도 주목된다. 러시아는 이날까지 달러화 표시 국채 1억1700만달러의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앞서 러시아 정부는 자국 통화인 루블화로 채무를 이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지만, 이게 현실화되면 디폴트로 간주될 전망이다. 다만 이자를 지급하지 못해도 30일간의 유예기간이 있어 당장 디폴트가 선언되지는 않는다.
이날 미국 증시에서 주요 업종들은 에너지 관련주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상승세였다. 에너지 관련주들은 국제유가 급락의 영향을 받아 4% 가깝게 빠졌다.
상승 업종 중에서는 메타버스특히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가 4.36% 상승했다. 마이크론이 5.35%, 엔비디아가 7.70%, AMD가 6.92% 상승했다.
아마존(3.89%), 마이크로소프트(3.87%) 등도 강세였다.
유가 하락과 여행 수요 회복 기대에 유나이티드항공, 아메리칸항공, 델타항공의 주가가 모두 8~9% 이상 올랐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전장보다 1.94포인트(6.11%) 하락한 29.83을 기록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