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랩은 글로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수치 해석 및 프로그래밍 소프트웨어(SW) 중 하나입니다. 공학이나 과학을 배우는 학생들이라면 누구나 써보기 마련이죠. 미국에 본사를 둔 매트랩 제작 업체 ‘매스웍스’는 최근 인공지능(AI) 기업으로 탈바꿈이 한창입니다. 100개 국가 50만 명의 실사용 고객을 바탕으로 산업 현장에서 요구하는 AI 기능을 자사 SW에 녹여내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는 AI 업계의 한 해 전망을 담아낸 ‘트렌드 보고서’도 발표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전년 대비 2배 늘어난 10가지 주제가 보고서에 담겼습니다. 약방의 감초처럼 빠지는 곳이 없는 SW 제작사 매스웍스는 올해 AI 생태계의 주요 트렌드를 어떻게 내다보고 있을까요? ‘질 좋은 데이터’ ‘3D 시뮬레이션’ ‘표준 규약 강화’ 등 핵심 키워드를 담아낸 매스웍스의 분석을 알아보겠습니다.
데이터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매스웍스는 먼저 AI 모델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데이터 중심의 접근 방식이 확산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구글의 AI 전문조직 구글브레인 공동설립자이자 글로벌 ‘AI 구루’로 꼽히는 앤드류 응 랜딩AI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설파하고 있는 주장이기도 합니다. 좋은 AI 개발을 위해선 방대한 데이터보단, 양이 적어도 ‘알찬 데이터’가 중요하다는 내용이 핵심입니다. 빅데이터가 유독 강조되어 오던 업계의 불문율을 깨고 나선 것입니다.매·스웍스 측은 데이터 중심 접근 방식에 ‘데이터 전처리’ ‘데이터 증강’ ‘데이터 준비’ 등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소수라도 질 좋은 데이터를 증강시키고 전처리를 가미해, 효율적인 AI 개발이 가능하게끔 시도하는 업체가 늘고 있다고 했습니다. 미국 철강업체 팀켄스틸, 국내 배터리 업체 LG에너지솔루션이 제조 품질 제어를 자동화하거나 배터리 전극커터 상태를 진단하는 데 이런 메커니즘을 적용했다고 언급했습니다.
표준 수립을 통한 AI 신뢰도 향상 시도도 거세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유럽연합(EU) 소속 기구인 유럽항공안전청(EASA)과 스위스 AI·자율비행 업체 대덜리언이 공동 발표한 표준안이 대표적 예시입니다. 양측은 기존 SW 개발에서 사용하는 ‘V자 프로세스’에 검증 단계를 강화한 ‘W자 개발 프로세스’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요구사항 분석, 시스템 설계, 단위 테스트 등 기본 SW 개발 절차에다 AI 개발에 핵심 비중을 차지하는 하드웨어(HW), 그리고 파라미터(매개변수) 조정 등 구축 표준 규약을 더한 것입니다. 매스웍스 측은 “안전이 핵심인 AI 시스템에 도움을 주는 검증 체계가 올해 더 늘어날 전망”이라고 전했습니다.
데브옵스·노코드·개발 플랫폼 연계 주목
코로나19 이후, AI의 적용 분야가 다양해질 것이란 관측은 보고서의 10대 주제 중 5가지를 할애할 정도로 강조됐습니다. ‘기후 변화·팬데믹 대응·친환경 전환 등 도전적 과제에 적용될 AI’ ‘우주·물리·생명과학 등 응용과학을 촉진시킬 AI’ ‘엔지니어들이 혁신을 위해 찾을 AI’ 등이 관련 내용입니다. 특히 공정 시스템에서 AI 활용이 크게 증대될 것이란 분석은 ‘산업계 AI에 데브옵스 방식이 늘어날 것’과 ‘3D 시뮬레이션 테스트가 늘어날 것’이라는 주제와 함께 보고서 전반을 차지했습니다.데브옵스는 SW 개발과 운영의 합성어입니다. 분리돼 업무를 보던 SW 개발자와 운영자가 일심동체로 움직여 작업 속도와 프로그램 안정성을 높이는 기법입니다. 조직 융화와 비용 투자 문제가 존재하지만, 매스웍스는 AI 생태계서만큼은 데브옵스가 활발해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AI는 자동화를 기반으로 조직 연계를 지원하면서, 미리 발생할 장애까지 예측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업들의 현실적인 3D 시뮬레이션도 늘어난다고 강조했습니다. AI 적용 사례가 다양해질수록 비용과 효율성을 따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미국판 모빌아이’ 메타웨이브가 매트랩의 시뮬레이션을 이용해 활용해 자율주행 시스템에 적용되는 레이더 빔조향 시스템을 개발한 사례는 함께 언급됐습니다.
이 밖에 높은 HW 비용이나 전력량 소모를 해결할 수 있는 AI 모델 경량화, AI 개발자의 범위를 더욱 넓힐 수 있는 ‘노코드’ 솔루션의 확대, AI 플랫폼끼리의 연계 강화 등이 주요 트렌드로 꼽혔습니다. 별다른 코딩 능력은 없지만, 특정 분야 전문지식을 갖춘 이들이 다양한 AI 플랫폼과 모델을 통해 생태계 형성에 기여할 것이란 분석입니다. 매트랩이 핵심 AI 개발 플랫폼으로 꼽히는 구글 ‘텐서플로’, 프로그래밍 언어 ‘파이썬’ 등과 기능 연계를 넓히는 배경에도 상호 운용성을 통해 예비 사용자를 늘리려는 의도가 있습니다.
김영우 매스웍스코리아 전무는 “매스웍스의 AI 지원 툴은 40종으로 늘어난 상태”라며 “개개별 코드를 검증하는 수준이 아닌, 모델 자체를 검증하려는 시도가 늘면서 산업군의 AI 신뢰도와 활용은 올해 더욱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시은 IT과학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