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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피아니스트 임동혁을 슈베르트에 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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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베르트가 생애 마지막 해에 작곡한 세 곡의 피아노 소나타(19~21번)는 피아니스트들에게 성장을 위한 ‘통과의례’로 여겨진다. 마우리치오 폴리니, 크리스티안 지메르만 등 거장들은 실력이 무르익고 나서야 이 곡들을 녹음했다. 지메르만은 데뷔 음반을 낸 지 25년 만에 슈베르트 레퍼토리를 녹음했다.

피아니스트 임동혁(37·사진)이 슈베르트 최후의 피아노 소나타인 20번과 21번으로 데뷔 20주년을 장식한다. 지난 10일 이 두 곡을 담은 6집 음반을 낸 데 이어 오는 18일부터 전국 투어 연주회를 시작한다. 경기 안산 문화예술의전당을 시작으로 성남아트리움(19일), 성남 남한산성아트홀(5월 12일), 울산현대예술관(5월 13일)과 서울 예술의전당(5월 24일), 아트센터인천(6월 1일)으로 공연이 이어진다.

임동혁은 15일 서울 서초동 코스모스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안주하지 않으려고 슈베르트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콩쿠르에 도전할 나이도, 기교가 발전할 시기도 아니다”며 “녹슬지 않고 음악의 스펙트럼을 확장해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나이가 들면서 슈베르트를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졌다고 했다. “어릴 때는 슈베르트가 저한테 큰 울림을 주지 못했습니다. 30대 들어서는 연주를 음반으로 남겨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완벽하진 않지만 남부끄럽지 않은 수준이라고 생각했죠.”

임동혁은 슈베르트가 ‘애정’이 아니라 ‘애증’의 대상이라고 했다. 화려한 기교를 드러내는 낭만주의 레퍼토리에 강점이 있는 자신과는 어울리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슈베르트 작품엔 인간미가 넘칩니다. 제가 천성적으로 도달할 수 없는 클래식한 음악가라서 늘 동경했습니다. 그래서 더 학구적으로 분석하고 공부해서 연주했습니다.”

일곱 살 때 처음 피아노와 만난 임동혁은 1996년 국제 청소년 쇼팽 콩쿠르에서 2위를 차지하며 이름을 알렸다. 2001년 프랑스 롱티보 국제콩쿠르에서 한국인 피아니스트로는 처음으로 1위를 차지하며 클래식 샛별로 떠올랐다. 이듬해 LG아트센터에서 데뷔한 데 이어 워너클래식을 통해 데뷔 음반을 냈다.

그는 안주하지 않고 세계 3대 콩쿠르에 도전했다. 2003년 벨기에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3위에 올랐지만, 편파 판정을 이유로 수상을 거부했다. 2005년 쇼팽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3위에 올랐고, 2007년에는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1위 없는 공동 4위를 차지했다.

남부럽지 않은 이력을 지녔지만 임동혁은 여전히 새로운 레퍼토리에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정신적으로 노쇠하지 않으려 매일 연습합니다. 자기 관리를 잘해서 음악적으로 더 깊은 울림을 줄 수 있는 연주자가 되고 싶습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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