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패배를 수습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한 가운데 박지현 민주당 여성위원회 부위원장이 윤호중 원내대표와 함께 공동비대위원장에 올랐다. 친문(친문재인), 586을 대표하는 윤 원내대표와 26세 여성 박 부위원장이 비대위 ‘투톱’을 맡은 것이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비대위원 절반을 20·30대로 꾸려 청년 표심을 공략하기로 했다.
윤 위원장은 13일 국회에서 “사회 각층의 목소리를 전달할 원외 5명, 당 소속 국회의원 2명을 포함해 청년, 여성, 민생 통합 원칙으로 비대위 구성을 마무리했다”며 이런 내용의 인선을 발표했다.
공동비대위원장에 선임된 박 위원장은 N번방 추적단 ‘불꽃’의 활동가로, 대선 기간 민주당 여성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다. 윤 위원장은 “박 위원장은 불법과 싸우며 맨얼굴과 실명으로 국민 앞에 선 용기를 보여줬다”며 “앞으로 성범죄 대책, 여성정책, 사회적 약자와 청년 편에서 정책 전반을 이끌어 줄 것”이라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박 위원장은 이날 코로나19 확진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박 위원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외부에서 수혈돼 민주당을 쇄신하고자 하는 만큼, 민주당의 변화를 보여드리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여러 번 고민하고 거절도 했다”며 “하지만 민주당의 쇄신을 간절히 바라는 게 당 안팎의 요구이고, 또 저를 믿고 입당해주신 당원 분들이 계시기에 숙고 끝에 수락했다”고 덧붙였다.
비대위원으로는 청년 창업가 김태진 동네 줌인 대표, 권지웅 전 청년선대위원장, 채이배 전 선대위 공정시장위원장, 배재정 전 의원, 조응천·이소영 의원이 합류했다. 윤 위원장은 “비록 대선에서 패했지만 끝이 아니라 새로운, 유능한 민주당을 만들어달라는 채찍으로 알겠다”며 “국민에게 사랑과 신뢰를 받는 민주당으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청년과 여성, 민생과 통합’이라는 원칙으로 비대위를 꾸렸다고 설명했지만, 내부적으로는 계파 간 나눠 먹기가 이뤄진 측면도 적지 않다는 해석이 나왔다. 윤 원내대표는 친문, 586 핵심 인사로 꼽힌다. 배 전 의원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초대 비서실장으로 ‘친낙’으로 분류된다. 이 의원은 이재명 민주당 후보 대변인으로 활동한 ‘친명’ 인사다.
이날 윤 원내대표가 비대위 사령탑에 오른 것을 두고 여진이 이어졌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위성정당을 만들 때 사무총장이었고 제대로 된 개혁 입법 하나 통과시키지 못해 대선 패배의 원인을 제공했던 윤 위원장으로는 위기 수습과 지방선거 승리가 불가능하다”며 윤 위원장을 저격했다. 양기대 민주당 의원도 “윤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는 것은 당의 쇄신과 변화를 요구하는 당원의 뜻에 역행하고, 국민의 눈높이에도 맞지 않는다”며 “새 원내대표가 선출되면 새 원내대표가 새로운 비대위원장을 뽑고 대선에 나타난 민심을 반영할 수 있는 비대위를 구성해야 바람직하다”고 했다.
민주당이 새로운 원내대표를 교황 선출 방식으로 뽑기로 한 것을 두고도 내부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당은 앞서 입후보 없이 소속 의원 전원을 후보로, 한 사람이 과반 득표를 받을 때까지 무제한 투표를 하기로 했다. 김민석 민주당 의원은 “취지는 이해합니다만 향후 전략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공론 형성 과정으로서의 경선 기능이 없어지는 데 대한 걱정이 있다”며 “자칫 막연한 선입관과 기존 친분 관계에 의한 투표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조미현/전범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