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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튬·구리·알루미늄까지 앞다퉈 무기화…'자원 빈국' 한국엔 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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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희소 광물만 무기화되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KOTRA 해외무역관 주재원들은 올 들어 정부가 지정한 300여 개 핵심 품목 동향 관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작년 말 불거졌던 요소수 대란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원자재 수급과 관련해 현지 정부 발표 및 외신을 매일 샅샅이 훑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엔 원자재 동향보고가 주재원들의 최우선 업무가 됐다. KOTRA 관계자는 “과거엔 희토류 등 특정 원자재에 국한됐던 자원 패권주의가 에너지부터 식량을 망라한 모든 원자재로 확대되면서 관리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사상 최대 치솟는 원자재價
13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10일까지 수입된 원유액(통관기준 잠정치)은 169억9967만달러(약 21조원)로, 3대 에너지원 수입액(333억4996만달러)의 절반이 넘었다. 통계 집계 이후 역대 최고치다. 가스와 석탄 수입액도 각각 117억2915만달러와 46억2114만달러로 역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국의 주력 제품인 반도체의 올 1, 2월 수출액을 더해도 에너지 수입액의 60%에 그친다.

국내 기업들은 세계적 수준의 수출 경쟁력을 갖췄지만 산업 활동에 쓰이는 대부분의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한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기업들의 생산원가가 높아져 수익 감소가 불가피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대란은 원자재 가격 급등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원자재 가격 종합지표인 ‘리피니티브 코어코모디티 CRB’ 지수에 따르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2주 만에 니켈과 아연, 팔라듐 등 국제 원자재 19개 주요 품목 중 40%가 사상 최고 수준으로 급등했다.
너 나 할 것 없이 ‘자원 무기화’
전 세계 각국은 ‘자원 무기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이 대표적이다. 일찌감치 희토류를 내세워 무기화에 나섰던 중국은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텅스텐 등 2차전지 배터리 광물 공급망도 장악했다. 국제금융센터는 중국이 ‘두 개 시장과 두 개 자원’ 전략을 통해 국제 원자재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시장 진출로 얻은 자원을 먼저 쓴 뒤 국내 자원은 안보를 앞세워 보호하면서 이익을 극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자원 패권주의는 일부 강대국에 국한된 건 아니다. 멕시코는 지난달 초 배터리 핵심 광물인 리튬 개발을 위한 국영기업 설립 계획을 내놨다. 자국에 매장된 리튬의 개발 이익을 국내외 민간 기업에 넘겨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멕시코는 남미의 볼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 염호(소금호수) 등 ‘리튬 삼각지’ 국가와 함께 공동 전략을 구사하겠다는 방침이다. 세계 리튬 매장량의 60%가 중남미에 몰려 있다.

아시아 최대 자원 부국 인도네시아도 올초 보크사이트 수출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보크사이트는 전기차와 2차전지에 필수적인 알루미늄의 원재료다. 내년부터는 구리 원광 수출도 금지하겠다고 했다. 자원이 필요하면 인도네시아에 공장을 지으라는 주문이다. 경제계 관계자는 “공급망 대란을 틈타 수급 불안 요인이 있는 모든 원자재가 언제든지 무기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메랑 된 해외자원 개발 ‘적폐’ 취급
정부도 중국 등 일부 국가에 치중된 원자재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공급망 다변화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직접 투자 없이 단기간에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은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부 시절까지만 해도 해외자원 확보에 적극적이었지만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자원외교는 사실상 중단됐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해외자원 개발 사업을 ‘적폐’로 취급하며 주요 해외 광물 자산의 매각을 결정했다. 정부는 공급망 대란이 불거진 지난달에서야 뒤늦게 “국익 차원에서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고 입장을 바꿨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자원외교에 대해선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다. 경제계 관계자는 “새 정부는 정치 논리에 휘둘리지 말고 산업계에 필요한 자원을 국익 차원에서 미리 확보하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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