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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우크라 '세계의 곳간' 멈추자 식량까지 번진 글로벌 패권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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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 여파로 밀 등 곡물 수출을 금지하면서 글로벌 식량 가격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두 나라 간 전쟁에서 촉발된 ‘식량 대란’이 중동과 아프리카의 정치 위기로 확산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3일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달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전월(135.4포인트) 대비 3.9% 상승한 140.7포인트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세계 최대 상품거래소인 시카고선물거래소에서 밀 선물(5월물) 가격은 t당 475.5달러로 작년 동기(239.9달러) 대비 약 두 배로 급등했다.

FAO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농업 활동이 차질을 빚을 경우 글로벌 식량 대란이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FAO에 따르면 러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밀을 수출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는 밀 수출 5위국이다. 두 국가는 세계 보리 공급의 19%, 옥수수의 4%도 차지하고 있다. 전쟁 당사국인 두 나라뿐 아니라 헝가리, 터키, 아르헨티나 등도 밀 수출을 제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들은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서 비료 생산에 차질을 빚는 점도 곡물 수급을 악화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비롯된 식량 대란이 중동과 아프리카 정세에 미치는 파장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이 지역 국가들은 대부분의 곡물을 흑해를 통해 들여온다. 이집트는 전체 밀 수입의 60%를 러시아, 30%는 우크라이나에 의존하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우크라이나 남부 미콜라이우항에 조성한 곡물터미널에서 생산된 대부분의 곡물도 흑해를 거쳐 중동으로 수출되지만, 현재 전면 중단 상태다.

중동 지역에선 ‘아랍의 봄’ 민주화 시위가 일어났던 2011년과 비슷한 수준까지 곡물 가격이 치솟은 것으로 알려졌다. KOTRA 관계자는 “중동과 북아프리카 국가에서 밀 가격은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라며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비롯된 식량 위기가 중동의 정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요 7개국(G7)도 지난 10일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식량 위기를 논의하기 위한 긴급회의를 열었지만 뾰족한 대안을 찾지 못했다. 밀 파종시기를 앞두고 다른 국가에서 밀 재배면적을 급격히 늘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호주나 미국 등 제3국에서 밀 생산량을 늘리더라도 물류대란과 유가 급등으로 운송비가 덩달아 뛰면서 공급 부족을 잠재우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1972년 가뭄으로 인한 옛 소련발 곡물 파동 이후 세계 밀 시장이 가장 심각한 공급난을 겪고 있다”고 했다. 세계 7위 곡물 수입국인 한국 역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 LX인터내셔널, 현대코퍼레이션(옛 현대종합상사) 등 국내 종합상사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식량 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는 계획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 관계자는 “사태가 조금이라도 개선되면 미콜라이우항 곡물터미널 운영을 곧바로 재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대코퍼레이션은 영국 등 유럽 지역에서 버섯 등 식량사업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종합상사 관계자는 “세계 인구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식량 개발을 차세대 성장동력 사업으로 키울 것”이라고 밝혔다.

강경민/박상용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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