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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운명의 날' 3월 16일…Fed와 푸틴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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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의 이목이 미국 중앙은행(Fed) 회의 결과와 러시아의 모라토리엄(채무상환유예) 선언이 동시에 결정될 3월 16일로 쏠리고 있다. 전자는 금리 인상이 확실시되는 만큼 후자가 더 큰 관심사다. 1975년 북한이 서방에 진 빚을 갚지 않겠다고 통보한 것을 계기로 알려지기 시작한 모라토리엄은 1998년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 사태 이후 러시아가 선언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특정국에 대한 서방의 경제 제재는 ‘국가’에서 ‘개인’으로, ‘금융’에서 ‘실물’로 전개된다. 투트랙의 최적 조합은 국가를 대상으로 금융을 제재하는 시나리오다. 외부 불경제(사적 비용<사회적 비용)가 큰 국가 제재에다 실물보다 세 배 이상으로 커진 금융 제재가 더해지면 효과가 극대화되기 때문이다.<br />
미국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서방의 러시아 경제 제재도 정확하게 이 경로를 따라 추진되고 있다. 외화축적(stock) 제재는 러시아의 외환보유액을 비롯해 모든 자산의 사용을 동결하고 외화거래(flow) 제재는 러시아를 달러결제망에서 퇴출시킬 뿐만 아니라 모든 투자를 원천적으로 못하도록 국가신용등급과 글로벌 벤치마크 지수에서 배제시켰다.

우회 통로도 막아버렸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긴급 행정명령으로 암호화폐를 통제 범위에 넣었다. 달러결제망이 막히자 위안화결제망을 사용해 달라는 러시아의 요구는 중국이 거절했다. 실물 제재는 러시아산 원유 금수 조치, 최혜국 대우 박탈과 고관세 부과에 이어 첨단기술 통제 등으로 확대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푸틴의 선택은 두 갈래 길이 있으나 모두 쉽지 않아 보인다. 하나는 종전을 택해 러시아와 자국민을 살리는 길이다. 하지만 군부로부터 축출당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다른 하나는 모라토리엄 선언까지 불사해 전쟁을 이어나가는 길이다. 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성공할 확률이 작아지고 갈라파고스 함정(외딴섬)에 빠질 위험이 높다.

개인적인 야망이 강한 장기 집권자일수록 대부분 악수를 둔다. 이때 러시아와의 채권·채무 관계를 어떻게 할 것인가가 현실로 닥친다. 푸틴이 이 점을 노려 모라토리엄을 선언할 것이라는 역설적인 시각도 고개를 들고 있다. 3월 Fed 회의 결과가 나오고 러시아 국채 원리금 상환이 집중되는 16일을 주목하라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러시아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할 경우 30일간의 유예기간을 둔다. 이 기간에도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하면 최종적으로 디폴트(채무 불이행)로 처리된다. 러시아처럼 국가 대상 모든 금융 거래가 막힌 상황에서 주목되는 것은 푸틴이 개인 자산을 내놓을 것인가 하는 점이나 그 확률은 희박하다. 조세피난지역 등에 숨겨놓은 푸틴의 개인 자산은 약 240조원으로 세계 1위 부호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보다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제 간 채권·채무 관계를 당사자끼리 해결하지 못하면 제3자가 개입하는 방안이 있다. 공적 채권·채무는 ‘파리클럽’, 민간 채권·채무는 ‘런던클럽’으로 넘어간다. 하지만 각국 이기주의로 세계무역기구의 분쟁처리기구(WTO-DSB)처럼 두 클럽 모두 구속력과 이행력에 한계가 있어 깨끗한(clear) 해결 방안은 못 된다.

마지막으로 남은 방법이 있다. 북한은 서방에 대해 디폴트를 선언한 1975년 이전에는 자체 신용으로 채권을 발행해 필요한 외화를 조달했다. 이후 거래되는 북한 채권은 상환 불능 처리된 채권을 바탕으로 BNP파리바 등이 발행한 세컨더리 채권이다. 이 채권이 유통되면 조금이나마 돈을 받을 길이 생긴다.

북한의 세컨더리 국채가 투자 대상으로 가장 관심을 끈 것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을 때다. 당시 남북한 관계가 호전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면서 세컨더리 북한 채권 가격이 액면가 수준으로 치솟은 적이 있다. 하지만 모든 금융 거래가 금지된 여건에서 서방 은행들이 세컨더리 러시아 채권을 발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최상의 방안은 지금이라도 푸틴이 종전을 선언하는 길이다. 전쟁은 최악의 선택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또 다른 화약고로 부각되고 있는 대만과 한국에서도 어떤 경우든 전쟁은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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