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재건축 아파트 밀집 지역인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1차’ 전용 196.2㎡는 지난 1월 80억원에 신고가를 경신했다. 직전 거래인 지난해 3월(64억원)보다 16억원 뛰었다. 한강변에서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전용 140.1㎡는 지난달 16일 66억원에 매매 계약서를 썼다. 지난해 10월 65억원에 거래된 주택형이다. 반포동 A공인 관계자는 “서울 아파트 ‘거래절벽’ 현상이 심화되고 있지만 재건축·리모델링 추진 단지의 중대형 매물을 찾는 문의는 꾸준히 들어오는 편”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인기 매물로 매수세가 쏠리는 양극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최근 아파트 준공 연도가 오래될수록, 전용면적 규모가 클수록 매매 시장에서 ‘선방’하고 있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재건축·리모델링 기대로 구축 인기
13일 한국부동산원 주간아파트동향에 따르면 3월 첫째주(7일 기준) 전국 5년 이하 신축 아파트 매매가격은 한 주 전보다 0.09% 떨어졌다. 2월 넷째주(-0.05%)보다 하락폭이 0.04%포인트 커졌다. 같은 기간 준공 5년 초과~10년 이하 아파트도 0.03% 하락했다. 반면 20년 초과 아파트는 0.00%로 보합세를 유지했다.수도권 아파트도 상대적으로 오래된 아파트의 가격 방어력이 높다. 3월 첫째주 수도권 5년 이하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0.12%를 기록했다. 반면 20년 초과 아파트는 -0.01%로 전체 항목 중에 하락폭이 가장 작았다.
전반적인 시장 관망세 속에서 오래된 아파트값이 유지되고 있는 건 재건축·리모델링 등 정비사업 호재가 잇따르고 있어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후보 시절 정비사업 활성화 공약을 대거 내놓으면서 투자자들의 기대가 큰 것으로 풀이된다.
먼저 윤 당선인은 재건축의 가장 큰 걸림돌인 ‘안전진단’ 문턱을 낮추기 위해 구조안전성 가중치를 50%에서 낮출 계획이다. 구조안전성은 건물의 붕괴위험을 평가하는 항목이다. 대신 주차, 위생 상태 등을 점검하는 주거환경 항목 등의 비중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 등 1기 신도시의 정비사업 지원을 위해 ‘1기 신도시 재정비사업 촉진 특별법’ 제정을 추진한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부담금 부과 기준 금액을 높이는 방안도 제안했다.
서울시가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을 통해 주거지역 아파트 높이를 35층 이하로 제한하는 규제를 폐지키로 한 것도 정비사업 기대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용적률 상한이 이뤄지지 않아 공급 가구를 늘리기는 어렵지만 일부 구역을 초고층으로 설계해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 단지로 조성한다는 게 주민들의 바람이다.
면적별 크기에 따라 가격 차이도
아파트 면적에 따른 양극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아파트동향에 따르면 3월 첫째주 전용면적 40㎡ 이하 서울 소형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3% 떨어졌다. 반면 135㎡ 초과 서울 대형 아파트 매매가격은 같은 기간 0.00%로 보합세를 나타냈다.소형 아파트는 청약 시장에서도 외면받고 있다. 지난 2일 1순위 청약을 받은 강북구 수유동 ‘칸타빌 수유팰리스’는 22개 주택형 중 6개 타입이 해당지역 1순위에서 미달됐다. 강북종합시장 재정비사업을 통해 총 216가구로 지어지는 주상복합단지다. 1인 가구를 위한 전용 18∼23㎡ 소형으로 구성돼 청약 미달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금리가 오르고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임대용 소형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에 부담을 느낀 2030세대가 투자 임대 상품인 소형 아파트 매수를 꺼리고 있다는 뜻이다. 반면 실거주 수요가 상대적으로 더 많은 대형 아파트의 매력은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넓고 쾌적한 집을 원하는 수요도 증가하는 추세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교육 등 입지 여건이 뛰어난 강남이나 노후 아파트가 밀집해 있는 목동, 노원 등에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리모델링 활성화와 용적률 완화 등의 수혜 지역으로 꼽히는 분당 등 수도권 1기 신도시도 주목할 만하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신축 아파트는 그동안 가격이 급격히 오른 만큼 시장의 조정 흐름에 더 민감할 것”이라며 “강남, 목동, 노원, 분당 등은 좋은 학군과 생활 인프라를 갖춘 데다 재건축 기대도 높아 관심을 끌고 있다”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