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피아니스트로 손꼽히는 이혁(22·사진)은 지난해 10월 제18회 쇼팽 국제콩쿠르 결선에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진출했다. 입상에는 실패했지만 그해 12월 쇼팽 작품만 연주하는 프랑스 아니마토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실력을 입증했다.
이혁이 16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쇼팽 곡을 국내 관객들에게 선사한다. 지난 11일 전화 인터뷰에서 이혁은 “콩쿠르 참가 이후 처음 여는 단독 연주회를 통해 러시아에서 유학하며 배운 러시아 작곡가들의 레퍼토리와 오랜 시간 분석한 쇼팽 곡들을 들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1부는 러시아 출신 작곡가의 대표작들로 구성했다.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소나타 2번’과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의 발레곡 ‘페트루슈카’ 중 3개 악장을 연주한다. 이혁은 “2014년부터 러시아 모스크바 차이콥스키 음악원에서 스승 블라디미르 옵친니코프에게 배운 곡들”이라며 “러시아 피아니시즘의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2부는 쇼팽 레퍼토리로 채운다. ‘피아노 소나타 3번’과 ‘돈 조반니 주제 변주곡’ 등을 선사한다. 지난해 참가한 쇼팽 콩쿠르를 준비하며 연마한 곡들이다. 이혁은 어릴 적부터 폴란드 작곡가에 천착했다. 2012년 청소년 대상의 모스크바 쇼팽콩쿠르에서 우승했고, 2016년에는 폴란드 대표 콩쿠르 중 하나인 파데레프스키 콩쿠르에서 최연소(16세) 우승 기록을 세웠다. 그는 “마주르카, 폴로네이즈 등 폴란드 춤곡 리듬에 흠뻑 빠졌다”며 “폴란드 특유의 민족성과 역사가 드러나는 쇼팽의 모든 레퍼토리를 연주해보는 게 꿈”이라고 했다.
‘쇼팽 레퍼토리 완주’를 위해 이혁은 지난해부터 폴란드어를 배우고 있다. 쇼팽의 음악세계를 보다 명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다. 그는 “쇼팽이 악보마다 적은 메모와 편지들을 읽어가며 어떤 심정으로 곡을 작곡하고 연주했는지 헤아려 봤다”며 “쇼팽의 음악을 해석하는 방식과 연주하는 자세 등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혁은 잠시 쇼팽에서 벗어나 프랑스 음악을 공부할 계획이다. 지난해 아니마토 콩쿠르 우승 직후 프랑스 파리국립고등음악원장이 그에게 장학금 수여 조건으로 음악원 입학을 권유했다. “쇼팽도 생전에 파리에 머무르며 받은 영감으로 ‘녹턴’을 썼습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최대한 많은 작곡가의 작품을 다뤄보고 싶어요. 드뷔시, 라벨 등 프랑스 레퍼토리를 공부해서 관객들에게 다채로운 음악을 들려주고 싶습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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