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분양 시장에서 미계약이 나서 ‘줍줍’으로 불리는 무순위 청약을 접수하는 소규모 아파트 단지들이 잇따르고 있다. 가격 상승이 이어지던 작년에는 ‘나 홀로 아파트’도 잘 팔렸다. 하지만 시장이 조정기에 들어서자 ‘옥석 가리기’가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10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에 공급되는 ‘브이티스타일’은 오는 14일 미계약분 13가구에 대해 무순위 청약 신청을 받는다. 지난해 9월 33가구에 대해 첫 번째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 이후 이번이 여섯 번째다. 이 단지는 지하 3층~지상 최고 15층, 총 92가구 규모 단지다. 통상 100가구 미만이면 소규모 단지로 부른다. 지난해 7월 1순위 청약 당시 47가구 모집에 1685명이 몰리면서 평균 35.8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미계약이 많았다.
이날 무순위 청약 신청을 받은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 ‘우장산 한울에이치밸리움’도 이번이 세 번째 줍줍이다. 이 단지는 지하 3층~지상 12층, 총 67가구 규모다. 지난해 9월 1순위 청약에서 37가구 모집에 2288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이 61 대 1이었지만, 당첨자 중 절반 가까이가 계약을 포기했다. 이후 한 달이 지나 18가구가 무순위 청약 물량으로 나왔다. 이 외에 관악구 신림동 ‘신림스카이아파트’(총 43가구), 종로구 숭인동 ‘에비뉴 청계1’(99가구) 등도 미계약 때문에 무순위 청약을 받았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미계약분 중 상당수는 ‘묻지마 청약’을 했다가 대출 규제,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당첨을 포기한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해 말부터 서울 아파트 시장이 조정에 들어가면서 입지와 상품성에 관계없이 흥행 행진을 이어갔던 청약 시장에도 변화가 나타났다는 얘기다. 홀로 동떨어져 있는 소규모 단지는 통상 대규모에 비해 시세 상승이 더디고 거래가 드문 것으로 여겨진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분양가가 비싸거나 상품성이 떨어지는 곳은 지난해와 같이 높은 청약 경쟁률을 보이기 어렵다”며 “올해부터는 청약 시장이 철저히 양극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는 소규모 단지의 무순위 청약이 몇 번씩 이어지자 제도 개선에 나섰다. 일정 횟수 이상 무순위 청약을 받아도 판매가 완료되지 않은 잔여 물량은 거주지역 및 주택 보유 여부와 관계없이 누구나 매입할 수 있도록 하는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 지금은 해당 거주지역의 무주택 세대주·세대원만 무순위 청약을 신청할 자격이 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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