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세계 최초로 돼지의 심장을 이식받았던 남성이 최근 사망했다. 수술을 진행한 미국 메릴랜드병원은 9일(현지시간) 환자인 데이비드 베넷(57)이 수술 약 두 달 만인 지난 8일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정확한 사인은 밝히지 않았다.
돼지는 오래전부터 피부 이식술, 심장 판막 이식술 등을 통해 인체에 사용돼 왔다. 하지만 장기 전체를 이식한 것은 이번 메릴랜드 병원의 시도가 최초다.
그간 인간에게 동물의 장기를 사용하는 방안은 끊임없이 연구돼왔다. 하지만 환자에게서 동물의 장기에 대한 거부반응이 일어나면서 대부분의 시도가 실패로 돌아갔다.
이번 수술에서 메릴랜드병원은 유전자 편집 기술을 사용했다. 돼지의 심장에서 이러한 거부반응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제거하고 인체가 이종의 장기를 쉽게 받아들이도록 하는 유전자를 추가했다. 유전자 편집 돼지는 미국의 생명공학기업인 유나이티드 테라퓨틱스의 자회사 리비비코(Revivicor)에 의해 제공됐다.
수술 직후 돼지 심장이 환자의 몸에서 정상적으로 기능을 하면서 환자가 천천히 회복되고 있다고 메릴랜드병원은 발표했다. 지난달에는 병상에서 물리치료사와 함께 슈퍼볼 경기를 관람하는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메릴랜드병원 측은 “베넷이 가장 최근의 이종이식 시험인 1984년 개코원숭이의 심장 이식 수술로 21일을 살았던 환자보다 더 오래 살았다”고 전했다.
메릴랜드대의 동물·인간 이식 책임자인 무하마드 모히우딘 박사는 “이번 수술을 통해 유전자 변형 돼지의 심장이 인체 내에서 잘 기능할 수 있고 면역 체계도 적절하게 억제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장기 이식 전문가인 로버트 몽고메리 뉴욕대 랑곤 헬스(NYU Langone Health) 박사는 “이번 수술은 미지의 영역으로 가는 첫 번째 단계였다”며 “여러 이식센터팀이 또 다른 임상시험을 계획한 만큼 이번 수술로 인한 엄청난 양의 정보가 다음 임상에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abc뉴스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장기이식을 받은 사람은 4만1000여명이고, 10만6000명 이상이 이식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대기자 명단에 추가되지도 못하고 사망하는 사람이 매년 수천명에 이른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해 12월31일 ‘확대 접근(동정적 사용)’ 조항을 통해 이번 긴급 수술을 허가했다. 심각한 질환 등으로 생명이 위험한 환자에게 다른 선택지가 없을 때 실험적 의약품 등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다.
앨러빙스대 윤리 전문가인 카렌 매슈케 교수는 “환자 한 명의 경험만으로는 이 수술이 궁극적으로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예측할 수 없다”며 “유사한 병력을 가진 여러 환자에 대한 신중한 연구가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이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