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니아의 신약개발 전문 자회사 써나젠테라퓨틱스는 지난 4일 상반기 애널리스트 데이를 열고 최근 연구 성과와 함께 JP모간 헬스케어 콘퍼런스 이후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협의 진척사항을 공유했다.
8일 써나젠테라퓨틱스에 따르면 회사는 리보핵산간섭(RNAi) 기반 의약품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메신저RNA(mRNA) 의약품 기업으로 잘 알려진 모더나의 공동 설립자인 로버트 랭거 교수 연구실 출신인 박준영 최고전략책임자(CSO)를 올해 신규 영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 CSO는 미국 메사추세츠주 공대(MIT)에서 생물학 및 화학공학 학사, 케임브리지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을 예정인 짧은간섭RNA(siRNA) 전문가로 MIT-노바티스 센터, 벤처캐피털 등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siRNA는 마이크로RNA와 함께 RNAi 현상을 이용한 주요 물질로 쓰인다.
이번 애널리스트 데이에서 발표할 내용은 다음달 바이오 유럽 행사에서 연구 성과로 발표 준비 중인 내용 중 일부로 구성됐다. 특히 뇌혈관장벽(BBB)을 통과가 가능해 중추신경계 질환 치료 후보물질로 개발 중인 'SRN-008'과 'SRN-009'가 주목을 받았다. 세계적으로도 알츠하이머병 등 중추신경계 질환을 표적하는 RNA 치료제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이 드물기 때문이다.
박 CSO는 “BBB를 통과하도록 개조된 세미RNA(SAMi-RNA) 플랫폼으로 만든 약물을 정맥으로 투여하자 1.36%가 BBB를 통과했다”며 “RNA 성분이 적은 용량으로도 충분한 약리작용을 내는 것을 감안하면 충분한 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RNA 기반 CNS 치료제 어디까지 왔나
RNA 기술을 이용해 알츠하이머병 등 중추신경계 질환의 치료제 개발에 뛰어든 곳은 아직 한 손에 꼽을 정도다.RNAi 기술로 BBB를 넘을 수 있는 중추신경계 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곳 중 임상시험에 진입한 곳은 앨라일람이 유일하다. 앨라일람은 세계 최초 RNAi 의약품 ‘온파트로’를 2018년에 내놓은 곳이다. 임상정보사이트 클리니컬트라이얼즈에 따르면 앨라일람은 RNAi 기반 알츠하이머병 치료 후보물질 ‘ALN-APP’의 임상 1상을 지난달 시작했다. 알츠하이머병이 조기 발병한 환자 60명을 대상으로 하며 환자 모집은 아직 진행되지 않았다.
노보 노디스크가 인수한 다이서나 또한 RNAi 기술의 명가로 꼽힌다. RNAi 기반 신경병증 파이프라인 2개를 보유했지만 아직 탐색단계에 있다. 엄민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타사의 임상 진행상황에 미뤄) 써나젠의 SRN-008·009도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의외의 복병은 해외가 아닌 국내에 있을 수도 있다. siRNA를 이용한 RNAi 의약품은 아니지만 바이오오케스트라가 안티센스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ASO)를 이용한 알츠하이머병 치료 후보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ASO는 RNAi와 유사한 방식으로 RNA를 표적해 질병의 원인이 되는 단백질의 생성이나 신호 전달 과정을 억제할 수 있어 RNA의약품으로 분류된다. 앨라일럼의 경쟁사 중 한 곳으로 꼽히는 아이오니스 또한 ASO를 이용한 RNA 치료제를 시장에 내놓은 바 있다.
동물을 대상으로 한 독성평가·유효성 평가에서 바이오오케스트라는 써나젠보다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킨 실험용 쥐 모델에서 독성 및 유효성 평가를 마치고 영장류를 대상으로 독성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류진협 바이오오케스트라 대표는 “연말까지 영장류 실험에서 독성 및 효능 평가를 모두 마치고 내년 초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임상 1상을 신청하겠다”고 했다.
써나젠은 동물실험을 최근 시작했으며 아직 전임상 시험 일정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임상 1상 진입 시기 또한 현재로선 미정이다.
써나젠은 언론이나 애널리스트 등에 공개하지 않은 비공개 데이터로 글로벌 빅파마들과 공동개발을 논의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박 CSO는 “RNA 치료제로 중추신경계 질환에 도전하는 업체들이 세계로 놓고 봐도 몇 곳 없는 데다, 써나젠의 데이터는 비록 비공개에 초기 결과이긴 하나 그만큼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다”며 “그렇기에 빅파마와 공동개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우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