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부띠부씰(뗐다 붙였다 할 수 있는 스티커)'을 동봉해 판매하는 SPC삼립의 '포켓몬빵'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1998년 출시 당시 학생이던 소비자들이 이제 경제력 있는 직장인이 돼 빵을 재소비하며 당시의 향수를 느낀다는 분석이다.
5일 SPC삼립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재출시된 포켓몬빵은 한 주 만에 150만 개 이상 팔려나갔다. 이는 SPC삼립 베이커리 신제품의 동일기간 평균 판매량보다 6배 이상 높은 수치다.
한 주 만에 150만개 이상 판매…1998년 학생이던 2030이 주로 구매
1998년 포켓몬빵 최초 출시 당시 제품을 많이 소비했던 연령층이 구매력을 가진 소비자가 되며 판매량이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들은 "빵은 통상 10대 학생들이 많이 사는 품목인데 포켓몬빵의 경우 대부분 20대 후반이나 30대 직장인이 구매한다"며 "(포켓몬 빵을 사가는) 40대 이상 소비자도 적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빅데이터 통계에서도 포켓몬빵은 직장인 소비자가 많다는 점을 유추할 수 있다. 빅데이터 플랫폼 썸트렌드에 따르면 포켓몬빵이 재출시된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3일까지 인스타그램·블로그·트위터 등 사회관계망(SNS)에 언급된 포켓몬빵 연관검색어를 분석하면 '직장' '회사'와 관련된 검색어와 다수를 차지했다.
이 기간 상위 15개의 연관어가 총 8만5817건 노출됐는데 '빵(1만8484건)' '스티커(9014건)' '관심(8568건)' 연관어가 1~3위를 차지했다. 이어 '직장(8555건)' '사원증(8554건)' '동료(8553건)' '직장동료(8552건)' 순으로 나타났는데 이를 모두 합치면 총 3만4214건으로 '직장'과 관련한 연관어가 사실상 1위인 셈이다.
1998년에 학생이었던 포켓몬빵 소비자가 직장인이 된 만큼 띠부띠부씰을 활용하는 방법과 구매하는 방법도 다양해졌다.
30대 중반 사무직 회사원 임모씨는 "초등학생 때는 띠부띠부씰을 책받침이나 교과서에다가 붙여 사용했던 추억이 있다"며 "이제는 책받침이 아닌 회사 책상이나 칸막이에다가 붙여놓는다"고 말했다.
직장인 문모씨(28)는 "사원증을 항상 가지고 다녀야 해서 사원증 사진 속 내 얼굴에 스티커를 붙여놨다"며 "가끔 사원증으로 신원증명을 해야 할 일이 있기는 한데 '띠부띠부씰' 이름 그대로 다시 떼는 게 어렵지 않아서 문제가 되진 않는다"고 귀띔했다.
"용돈 받는 학생 아니다"…구매수량·방법도 과거와 달라져
용돈을 받아 쓰던 학생 때와 달리 소득이 있는 직장인이 된 만큼 한꺼번에 빵을 대량 구매하는 소비자들도 나타났다.
30대 중반 학원강사 이모씨는 "빵을 사러 편의점에 가봤는데 이미 동나서 없더라"며 "편의점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기도 귀찮아 그냥 온라인에서 포켓몬 빵을 대량 구매했다"고 귀띔했다.
직장인 윤모씨(36) 역시 "빵 30개를 한꺼번에 구매해도 가격이 4만원도 안 된다"며 "이제 부모님한테 용돈 받아 쓰는 학생도 아닌데 그리 부담스러운 금액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다만 유통기한이 짧아 빵을 받자마자 띠부띠부씰만 빼낸 뒤 전부 냉동실에 넣어놨다"고 전했다.
온라인 구매자가 늘면서 배송지연 현상도 빚고 있다. 삼립직영몰은 판매 페이지에 "돌아온 포켓몬빵 시리즈 제품의 주문량 폭증으로 안내 드린 기간 내 발송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빠른 시일 내에 출고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또 노력하겠다"고 공지했다.
1998년과 달리 온라인 플랫폼이 발달한 2022년에는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해 원하는 띠부띠부씰만 구매하는 소비자들도 나타났다. 당근마켓에서는 띠부띠부씰을 개당 1000원에 판매한다거나, 자신이 가진 띠부띠부씰을 다른 띠부띠부씰과 교환하겠다는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SPC삼립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지속적 재출시 요청으로 새롭게 선보인 '돌아온 포켓몬빵' 시리즈가 큰 화제가 되고 있다"며 "당시 초등학생들이 성인이 되어 추억이 담긴 브랜드에 다시 한 번 열광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