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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사요 안 사"…샤넬백 사러 갔다가 발길 돌리는 소비자들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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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프리랜서 김모 씨는 3일 샤넬 가방을 구매하러 백화점에 들렀다가 사지 않고 발길을 돌렸다. 사고 싶었던 가방은 인기가 많은 '19백'. 10여차례 매장을 방문하는 동안 한 번도 제품이 남아있던 적이 없었다. 마침 이날은 매장에 입고가 됐지만 가격이 올랐다. 미디움 사이즈 기준 기존 695만원에서 730만원으로 35만원 인상됐다.

김 씨는 “최근엔 리셀(재판매) 가격도 내렸다는데 인상된 가격으로 사려니 망설여진다”면서 “그동안 매장에 재고를 들이지 않다가 인상되자마자 물량을 푼 것 같다. 리셀 시장에 기존 가격대 제품이 올라오면 구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샤넬 매장 앞에는 여전히 많은 소비자들이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정작 매장을 들른 후엔 빈 손으로 돌아가는 이들이 많았다. 샤넬이 기습적으로 가격 인상을 단행한 탓이었다.


업계에 따르면 샤넬은 이날 인기 상품인 클래식 플랩백과 보이 샤넬 플랩백, 2.55백, 가브리엘 호보백 등의 가격을 5% 내외 인상했다. 샤넬은 지난해 2월, 7월, 9월, 11월 네 차례에 걸쳐 10~15%씩 가격을 연달아 올렸다. 올해 들어서도 1월 인기 핸드백 가격을 10~17% 올린 데 이어 이번이 벌써 두 번째 인상이다. 샤넬 측은 “제작비, 원재료 변화와 환율 변동 등을 고려해 가격을 정기적으로 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물백'으로 인기가 높은 클래식 스몰 플랩백은 1052만원에서 53만원(5%) 오른 1105만원이 됐다. 같은 종류의 미디움 사이즈는 1124만원에서 1180만원으로 56만원(4.9%) 뛰었다. 보이 샤넬 플랩백은 723만원에서 759만원으로 36만원(4.9%) 올랐다. 2.55 플랩백 라지 사이즈는 1210만원에서 61만원(5%) 인상된 1271만원이 됐으며, 아이돌 블랙핑크 멤버 제니가 착용해 화제가 된 가브리엘 호보백도 652만원에서 685만원으로 33만원(5%) 인상됐다.

업계는 샤넬이 잦은 가격 인상을 통해 에르메스나 롤렉스 같은 '하이엔드급' 지위를 구축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샤넬은 지난해 인기 가방 제품에 한해 1년에 한 개씩만 살 수 있는 구매 제한 정책을 내놓기도 했다.


다만 시장 반응은 싸늘했다. 3~4시간씩 대기하던 일반 소비자들은 발길을 돌리는 모습이었다. 리셀 시장에서 샤넬 가방 대부분이 직전 가격보다 리셀가가 떨어져 인상된 값을 주고 구매하기가 망설여진다는 이유에서였다.

최근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나 리셀 플랫폼 등에서 클래식 미디움 플랩백 새상품은 111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연초 1400만원까지 치솟았지만 한 달 새 300만원 가까이 떨어졌다. 인상된 가격(1180만원)보다도 수십만원 저렴하다.

가방을 사기 위해 샤넬 매장을 방문한 40대 주부 강모 씨는 “매장에 클래식백이나 빈티지백 등 주요 라인이 입고돼 있긴 했지만, 리셀가가 내렸는데 가격이 인상돼 선뜻 손이 안 갔다”면서 “공교롭게 리셀가 하락 소식이 나오자마자 값을 올리니 샤넬 측이 가격을 올리고 물량을 제한해 다시 프리미엄(웃돈)이 내려가지 않도록 관리하려는 것이라는 소문도 나돈다”고 전했다.

함께 매장을 방문한 윤모 씨(41)도 “값이 오른 만큼 품질에 더 신경 쓴 것도 아닌 것 같다. 진입장벽만 높이려는 것 같아 구매를 고민해볼 참”이라고 말했다.

샤넬 제품을 사들인 후 되파는 리셀업자들도 구매를 망설이기는 마찬가지였다. 리셀업자 박모 씨(24)는 “최근 리셀 시장에서 샤넬 가방 프리미엄이 떨어지면서 재고를 많이 보유한 업자들은 손해를 본 경우가 많았다”며 “오늘은 소비자들 반응이 어떤지 매장 분위기 살피러 왔다. 조금 더 리셀가 추이를 지켜본 다음 매입을 하려 한다”고 귀띔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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