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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5E 추락사고 '머리카락보다 작은 구멍' 때문…4년 간 정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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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발생한 F-5E 전투기 추락사고가 연료도관에 머리카락보다 좁은 구멍으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결과 해당 전투기의 부품은 4년 간 한 번도 교체되지 않았다. 사고로 순직한 조종사가 비상탈출을 포기한 채 민가 지역을 피한 덕분에 사고 피해가 최소화됐다는 점도 공식 확인됐다.

공군은 3일 지난 1월 11일 경기도 화성 야산에 추락한 F-5E 추락 사고 조사 결과 우측 엔진의 연료도관에서 연료가 누설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누설된 연료는 전투기 이륙 중에 발화해 이륙 후 54초만에 화재를 일으켰다. 특히 연료가 전투기 후면의 수평꼬리날개를 작동시키는 케이블 부근까지 새며 상승·하강기동(피치, Pitching)이 제어가 안 된 것으로 조사됐다. 상하기동 조종이 먹통이 되며 해당 전투기는 이륙 후 2분24초 만에 경기 화성시 인근 야산에 추락했다.

연료가 새어나간 구멍은 머리카락 굵기보다도 작아 육안으로 확인이 어려웠던 것으로 조사됐다. 군 관계자는 “엔진연료 도관에 구멍이 있는데 머리카락보다 작았다”며 “이륙 전 항공기 엔진 점검은 육안으로 이뤄지는데 연료도관이 항공기 엔진 안 쪽에 있어서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곳에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과학적 판단은 어렵지만, 부식 등으로 인해 구멍이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사고를 일으킨 해당 연료도관은 4년 전에 마지막으로 교체된 것으로 드러났다. 교체 후 사고 전까지 별도의 정비는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공군은 현재 정비 매뉴얼상 해당 부품의 점검은 비행 600시간을 채워야 이뤄지도록 규정돼 있는데, 사고 전투기의 비행 시간은 508시간으로 정비 기간이 도래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해당 전투기가 1986년부터 36년간 운용된 노후 기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 짧은 간격으로 주기적 점검을 해야 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공군은 점검 주기 단축 등을 고려한다고 밝혔다. 공군 관계자는 “F-5E 연료도관 구멍으로 인한 사례는 처음”이라며 “이전까지는 이런 사고가 없었기 때문에 이번에 점검 방법을 보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고를) 계기로 검토 주기 변경 필요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사 과정에서 추락 당시 민가 피해를 최소화하려 했던 조종사 고(故) 심정민 소령의 고군분투도 확인됐다. 심 소령은 당시 결함을 인지한 직후 수원기지로 복귀하기 위해 선회했지만, 상하기동이 되지 않자 비상탈출을 위해 ‘이젝션(Ejection·탈출)’을 두 번 외쳤다. 하지만 정면에 발견한 민가 지역을 피하기 위해 비상탈출을 포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군 관계자는 “(심 소령은) 항공기의 상하기동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가운데 횡전(수평)기동만 가능한 상태의 조종간을 잡고 끝까지 노력해 수원기지 남서쪽 약 6km 지점의 야산에 추락했다”고 말했다.

공군의 노후 전투기를 조속히 퇴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공군은 현재 노후 기종인 F-4, F-5 전투기를 총 100여 대 운용하고 있다. 공군이 보유한 전체 전투기(410여 대)의 24%에 해당한다. 해당 기종들은 1970년대 중후반부터 도입돼 운용한 지 30∼40년이 넘었다. 통상 전투기 수명은 30년인이지만 비행시간을 통제하거나 막대한 예산을 들여 수시로 예방정비 및 점검하는 방식으로 운용되고 있었다. 군 관계자는 노후 기종의 조기 도태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연말이면 (공군의 총 전투기 대수가) 380여 대, 24년까지 360여 대 등으로 줄어 적정 대수보다 70대 부족하게 된다”며 “노후 전투기를 대체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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