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체들이 '각종 데이'에 맞춰 할인 마케팅에 골몰하고 있다. 3월에는 '삼겹살데이'(3일), '삼치데이'(7일), '화이트데이'(14일) 등이 줄줄이 이어진다. 물가는 오르는데 경기 침체로 판매가 부진해 계기만 있으면 마케팅에 활용해 매출을 올려보려는 업체들 고민이 반영된 것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들은 오는 3일 삼겹살데이를 맞아 일제히 삼겹살 반값 행사를 진행한다. 롯데마트는 오는 6일까지 돼지고기 최대 40%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 이마트는 3~9일 약 600t 물량의 국산 돼지고기를 40~50% 싸게 판다. 홈플러스도 창립 25주년을 맞아 한 달간 한우, 브랜드 삼겹살·목심, 채소, 과일, 생선 등을 최대 50% 할인 판매한다.
3월3일은 날짜에 숫자 3이 겹쳐 삼겹살데이로 불린다. 전국 축협에서 돼지고기 소비 촉진과 축산 농가 지원을 위해 삼겹살 먹는 날로 지정했다. 소비자 호응도가 높아지면서 추석, 설 명절과 함께 돼지고기 소비가 집중되는 시기로 자리잡았다.
물가가 뛰면서 돼지고기 가격도 치솟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전국 마트 등 유통업체에서 판매하는 돼지고기 삼겹살 평균 가격은 이번 주 한 근(600g)에 1만9440원으로 1년 전(1만6776원)과 견줘 15.8% 상승했다. 결코 만만한 가격이 아니다.
이마트는 이번 삼겹살 데이를 위해 500t 상당의 냉장 삼겹살과 목살을 준비했다. 평소 한 달치 판매량이다. 냉동 돈육까지 합하면 600t으로 전년보다 40% 늘었다. 이마트는 대규모 물량을 보관하기 위해 자체 축산물 가공·포장센터인 미트센터뿐 아니라 채소·과일 유통센터인 프레시센터 저장고 세 곳까지 동원했다.
롯데마트 역시 전년 대비 행사 물량을 30% 이상 늘렸다. 국내 공판장 및 해외 직소싱을 통해 확보한 원물을 롯데 자체 신선품질혁신센터에서 가공해 유통 단계를 줄였다.
대형마트는 며칠 뒤인 7일 전후로 삼치·참치데이 할인 행사도 연다. 이마트는 3~9일은 '삼치·참치 기획전'을, 롯데마트도 같은 기간 삼치와 참치뱃살모둠회 등을 30% 이상 할인 판매한다. 참치의 다양한 부위 판매도 병행한다. 삼치데이는 해양수산부와 원양어업협회가 참치와 삼치 소비 촉진을 위해 지정한 날로 17년째 이어지고 있다.
편의점과 온라인몰은 화이트데이를 겨냥하고 있다.
GS25는 오는 15일까지 카카오톡 주문하기로 화이트데이 상품을 구매하면 배달료 2000원을, 배달앱 요기요에서 화이트데이 상품 6종을 사면 3000원을 할인해준다. 미니스톱은 킨더조이 제품을 달걀처럼 포장한 상품과 하리보 젤리를 곰돌이 모양 박스에 담은 상품, 옛날 과자를 모은 레트로 선물 박스 등 70여종을 판매하는데, 일부 제품을 행사 카드로 사면 50% 할인해 준다.
이같은 '데이 마케팅' 효과는 상당하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지난해 '삼치·참치 데이' 판매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삼치는 40% 이상, 참치는 80% 이상 신장했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CU는 지난달 8~14일 밸런타인데이(2월14일) 관련 상품을 팔아 매출이 전년 대비 54.5% 증가했다. 특히 모바일 RPG 게임 '쿠키런:킹덤'을 비롯해 라인프렌즈, 위글위글 등과 콜라보(협업)를 시도한 상품 매출은 88.5%나 뛰었다.
하지만 데이 마케팅에 따른 피로감이 크다는 지적도 동시에 나온다. 일례로 '빼빼로데이'(11월11일)를 '가래떡데이'로 부르기도 하는 등 같은 날을 두고도 의미가 중복되거나 유사한 의미를 가진 날들이 연중 반복된다는 것이다. 인삼데이(2월3일), 유기농데이(6월2일), 육우데이(6월9일), 벌꿀데이(12월12일) 등 각종 농·축·수산물 소비 촉진행사가 남발돼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날의 경우 별다른 매출 신장률 차이도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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