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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모뎀칩에 'AI 두뇌' 탑재…5G, 더 빠르고 똑똑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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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사람들은 3세대(3G) 이동통신 속도가 대단하다고 생각했죠. 지금은 그보다 훨씬 더 빠른 서비스를 쓰고요. 조만간 또 혁신이 일어날 겁니다.”

1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통신기술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2’ 전시장에 마련된 한 통신기업 부스에서 들은 얘기다. 이번 MWC 2022에선 ‘눈에 보이지 않는’ 혁신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지금보다 더 많이, 더 빠르게 이동통신 데이터를 처리할 방법을 찾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간의 초격차 경쟁이다.
○세계 최초 ‘생각하는’ 모뎀칩
글로벌 반도체기업 퀄컴은 MWC 2022 전시장에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AI) 프로세서 기능을 넣은 5G(5세대) 통신용 모뎀 칩 ‘스냅드래곤 X70 모뎀-RF’를 공개했다. 이 칩은 삼성전자의 갤럭시S23을 비롯한 주요 단말기 제조사의 차세대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장착될 전망이다. 국내 5G 대역인 3.5㎓, 28㎓를 비롯해 600㎒에서 41㎓까지 모든 글로벌 상용 5G 대역을 지원한다. 최고 다운로드 속도는 초당 10기가비트(Gb)다.


퀄컴은 그간 모뎀칩에는 AI를 적용하지 않았다. 이번에 방향을 바꾼 것은 최근 5G 융합 서비스가 급증해서다. 지금까지는 이동통신을 통해 데이터를 주고받는 고도화 서비스가 기껏해야 영상이나 3차원(3D) 그래픽 게임 정도였다. 최근 들어선 메타버스와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등 ‘고응답형’ 콘텐츠 서비스가 늘고 있다. 스마트폰의 멀티태스킹 역할도 커졌다. 데이터와 통신 신호를 오갈 수 있게 컨트롤하는 모뎀칩이 각종 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 ‘더 똑똑한 두뇌’가 필요해진 이유다. 퀄컴의 새 모뎀칩은 AI가 알고리즘에 따라 네트워크를 선별해 데이터를 처리한다. 복잡한 5G 융합 서비스를 쓸 때도 이용자가 지연을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퀄컴에 따르면 상황 감지 기능이 기존 칩 대비 30% 향상됐다.
○장비업체 기회의 문 ‘오픈랜’ 열릴까
차세대 통신 기술도 주요 화두로 올랐다. 기존 무선접속망을 개방형으로 바꾸는 오픈랜 기술이 대표적이다. 이번 전시에선 ICT기업 부스마다 자사 오픈랜 연구 현황을 소개하는 코너가 많았다. AT&T, 델, 인텔, 패러랠와이어리스, 메이번 등이 각각 오픈랜 관련 기술을 소개했다.


오픈랜은 서로 다른 제조사가 만든 통신장비를 상호 연동할 수 있는 기술이다. 기존엔 통신장비 제조사 간 규격이 달라 각 장비를 하나의 랜 통신망에서 호환해 쓰지 못했다. 통신사가 특정 지역에 대해 노키아 통신장비를 채택하면 새로운 통신 세대가 도입되지 않는 한 계속 노키아 것만 쓰는 업계 관행이 굳은 이유다. 하지만 오픈랜을 도입하면 통신사가 특정 제조사 장비에 더는 종속되지 않아도 된다. 장비 선택지가 크게 넓어지기 때문에 기지국 관리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줄어든다.

이는 국내 기업들엔 큰 기회다. 시장 문턱이 낮아져서다. 작년 기준 세계 통신장비 시장 점유율 3%대인 삼성전자도 점유율을 확 넓힐 수 있다는 얘기다. 국내 중소 통신장비기업도 해외 시장에 비집고 들어갈 수 있게 된다.

관건은 오픈랜이 얼마나 개방되느냐다. 이번 전시에선 노키아와 에릭슨 등 기존 통신장비 선두업체들이 우위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뚜렷했다. 에릭슨은 자사 부스에 ‘고성능 클라우드 랜’을 내놨다. 완전 개방을 지향하는 오픈랜 방식 대신 주요 장비는 자사 것만 쓰고 일부 부품은 타사 것도 쓸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네트워크 소프트웨어 기업 패러랠와이어리스의 한 관계자는 “기득권이 있는 기업들은 통신망 안정성을 지켜야 한다며 생태계를 ‘진짜’ 열어주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 명분을 깨기 위한 기술력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바르셀로나=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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