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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 '베른하르트 작전' 연상케 하는 퍼주기 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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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1조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내놓은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5년간 필요한 돈이다. 지난달 22일 대선 후보 경제 분야 토론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집계해 제시했다. 토론회 즈음 발표된 소상공인 부채 탕감, 기초연금 10만원 인상 등은 반영되지도 않았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적극적으로 돈을 풀겠다는 방침은 크게 다르지 않다.

1281조원은 624조6000억원인 올해 예산의 두 배다. 지난해 2167조원 수준인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이 넘고, 시중에 유통되는 통화량(M2) 3430조원의 37.3%에 이르는 돈이다. 이처럼 막대한 돈이 풀리면 어떻게 될까.

1942년 나치 독일이 영국 경제 붕괴를 목표로 실행했던 ‘베른하르트 작전’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베른하르트 작전은 대량의 위조지폐를 유통시켜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는 것이 목표였다. 친위대 주도로 화가, 인쇄업자, 동판조각사 등을 동원해 종전까지 1억3400만파운드의 위폐가 만들어졌다. 당시 영국 내 파운드화 유통량의 13%에 달했다. 위폐를 입수한 영국 중앙은행이 “역사상 가장 위험한 지폐”라고 우려했을 정도다. 영국 내 유통에 실패하며 작전은 무산됐지만 적국의 전시경제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가려는 나치의 시도 자체는 유효했다.

외국이 아니라 내부의 적을 겨냥한 때도 있었다. 1917년 러시아 권력 장악에 성공한 볼셰비키는 통화 발행량을 1916년 35억루블에서 1918년 335억루블로 늘렸다. “인플레이션을 일으켜 자본가를 몰락시키고, 그들의 재산을 몰수할 수 있다”는 블라디미르 레닌의 주장에 근거한 것이다.

물론 기자는 대선 후보들이 대한민국 경제에 위해를 가하기 위해 돈 풀기를 외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늘어나는 적자국채 일부를 국내 기관투자가가 매입해 유동성 증가폭이 예상보다 낮아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공약이 현실화됐을 때 나타날 인플레이션의 파괴적인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대선 캠프의 정치인과 학자는 이 같은 위험에는 입을 닫고, 보수 언론과 공무원이 공허한 재정건전성을 내세워 약자의 어려움을 외면한다고 항변한다.

이와 관련해선 경제위기 시 재정의 역할을 선구적으로 설파한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통화를 파괴하면 자본주의를 붕괴시킬 수 있다는 레닌의 주장은 옳다. 인플레이션을 이용하면 조용하고 은밀하게 국민이 누려야 할 복지를 빼앗을 수 있다. 한 사회를 전복시키는 데 화폐 시스템을 교란시키는 것만큼 주도면밀한 방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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