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와 네이버 등 인터넷 업종 대표 기업들 주가 흐름이 지지부진하다. 국내외에서 빅테크 규제론이 힘을 얻는 데다 주요국 통화정책 기조가 긴축 국면으로 전환하면서다. 하지만 증권가는 "역발상으로 인터넷주 저가 매수 시점을 노려볼 만하다"고 입을 모았다.
2일 오후 12시6분 기준 카카오는 전 거래일 대비 500원(0.53%) 오른 9만46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네이버는 1000원(0.31%) 내린 31만7000원을 기록 중이다.
보합세지만 기간을 넓혀 보면 주가가 우하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직전 거래일인 지난달 28일 카카오 종가는 9만4100원으로 6개월 전 15만원에서 37.27% 떨어졌다. 네이버도 같은 기간 42만원이었던 주가가 31만8000원에 마감, 24.29% 급락했다.
작년 9월 금융당국의 빅테크 규제 움직임 본격화 후 여진이 계속된 영향이다. 당시 금융당국은 빅테크 서비스의 핵심 맥락인 '상품 비교·추천'이 투자 중개에 해당한다고 규정해 관련 서비스를 중단시켰다. 최근 들어서도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전통 금융사와 빅테크 간 이른바 '동일 기능 동일 규제' 대원칙에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금감원은 지난달 내놓은 올해 업무계획에서 간편결제 수수료 관리 등을 골자로 한 '한국형 빅테크 감독방안' 마련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변동성 심한 증시 환경도 걸림돌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연초부터 공격적인 긴축 모드를 예고한 상태. 우크라이나 사태라는 변수가 있지만 금리 인상 기조 자체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 금리 인상기에는 성장주의 할인율 부담이 높아져 주가가 약세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
카카오의 경우 경영진 리스크도 컸다. 금융 자회사인 카카오페이는 회사 상장 한 달 여만인 작년 12월10일 주식매수청구권(스톡옵션)을 행사해 받은 주식 44만993주를 한꺼번에 매각하고 878억원을 현금화해 '먹튀' 논란에 휩싸였다. 결국 카카오 차기 공동대표로 내정됐던 류영준 전 카카오페이 대표와 여민수 카카오 대표가 물러나는 등 홍역을 치르며 작년 6월 말 17만원을 웃돌았던 주가는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증권가에선 "성장주가 주춤한 지금이 인터넷 종목 비중을 늘릴 적기"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규제 우려가 과도한 면이 있는 데다 여타 성장주 대비 수익률이 낮아 상대적 투자 매력도가 높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실제로 인터넷 분야 대표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은 점차 개선되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를 각각 가장 많은 비중으로 담은 'TIGER KRX인터넷K-뉴딜'의 6개월 수익률은 -32.90%, 3개월 수익률은 -22.42%다. 반면 직전 1개월 수익률은 -0.40%로 플러스 수익률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 ETF는 네이버와 카카오 두 종목만 55%가량 담고 있다.
김진우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와 네이버 모두 경영진에 변화가 있었다. 이후 임원 주식 매도 규정이 신설되는 등 변화 움직임이 포착된다. 지배구조(거버넌스) 관련해 미진했던 부분들을 하나씩 개선 중인 상황"이라며 "미국과 중국 대비 플랫폼 기업에 우호적 규제 환경을 감안하면 인터넷 업종은 우려보다는 기대를 갖고 봐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카카오 등 국내 기업은 탈중앙화로 대변되는 '웹 3.0'에 대한 대비도 빠르게 진행 중"이라면서 "향후 3~4년 동안은 한국 인터넷 산업에 대한 프리미엄 부여가 정당하다고 생각한다. 인터넷 관련주에 대한 역발상 투자가 필요한 때"라고 덧붙였다.
인터넷 업종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는 이날 '러시아 제재에 따른 섹터별 영향 점검' 제목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인터넷 업체들의 주요 사업부인 커머스와 광고, 콘텐츠, 결제 사업에서 러시아 매출은 거의 없다"고 짚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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