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이 3·1절 정호승 시인의 '유관순' 시를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논란이 일자 삭제한 이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향해 십자포화를 퍼붓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1일 페이스북에 "민주당 이병훈 의원이 유관순 열사에 대해서 굉장한 표현상의 문제가 있는 시를 3·1절에 회람시키신 이유는 뭐냐"며 "이번 선거 민주당의 선거전략은 특이하지만, 우크라이나에 2차 가해하고 유관순 열사를 모욕해서 어떤 지지층에 소구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민주당은 하필 3·1절에 유관순 열사를 모욕한 것에 대해 당차원에서 국민께 사죄하라"고 했다.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사실은 누구보다 친일파와 닮은 정당"이라며 민주당을 공격했다. 그는 "유관순 열사를 '미친X'이라 일컫는 국회의원이 있는 정당, 위안부 피해자들을 정치적으로 이용해 온 국회의원이 있는 정당, 독립유공자 후손의 장학재원을 횡령하는 광복회장이 지지하는 정당"이라며 "사실은 누구보다 친일파를 닮아 독립투사와 일제의 피해자를 욕보이고 착취해 온 사람들이 대체 누구더러 친일 정당이라는 거냐"고 했다.
전여옥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은 "3·1절 민주당 국회의원 이병훈이란 자가 대형사고를 쳤다"며 "유관순 열사가 미친X? 읽다 보면 분노가 치밀다 못해 구역질이 나온다. 이 시를 있어 보이는 척하며 자랑스럽게 올린 이병훈은 현직 민주당 국회의원이다. 하늘에 계신 유관순 열사가 반드시 심판할 것"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3월 1일 오늘이면 유관순 열사가 여전히 태극기를 흔들고 서 있는 것 같다. 일제에 항거해 분연히 일어섰던 선열들을 기리며 시 한 편 올린다"면서 정호승 시인의 '유관순' 시를 게재했다.
'그리운 미친X'이라는 문구로 시작하는 이 시는 '그리운 미친X 기어이 간다', '이 땅의 발자국마다 입 맞추며 간다'라고 끝이 난다.
이어 이 의원은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은 일제강점기라는 엄혹한 상황에서도 애국충정으로 민족의 밝은 등불이 돼주셨던 선열들의 뜻을 받들고 그 정신을 계승하며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어가는 데 앞장서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의원이 게재한 시는 앞서 유관순 열사 유족들의 요구로 정호승 시인이 공개 사과를 했던 작품이다. 당시 유족 측은 "유관순 열사의 명예와 순국 정신을 훼손했다"며 사과를 요구했고, 정호승 시인은 2013년 4개 일간지에 사과문을 올렸다.
이 의원은 논란이 되자 해당 게시물을 삭제한 뒤 사과문을 올렸다. 그는 "사과드린다. 3·1절을 맞아 올린 게시물에 부적절한 시를 인용해 물의를 빚었다"며 "해당 시의 맥락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고, 시인이 사과한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유관순 열사나 선열들을 폄훼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