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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힙플 되겠다"…e커머스 1세대 유한익의 차세대 플랫폼 '프리즘' 나온다 [한경 엣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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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커머스 전성시대입니다. 쿠팡과 마켓컬리부터 유통 대기업인 쓱닷컴·롯데온, 무신사 등 패션 플랫폼까지 국내 e커머스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습니다. 그래도 핵심은 비슷합니다. 소비자 중심이라는 겁니다. 이들은 좋은 상품을 입점시켜 싸게 팔거나 빨리 보내주는 데 주력합니다. 오프라인으로 빗대자면 대형마트나 백화점 행사매장에 가깝지요.

그래서 국내 e커머스에서 아직 찾기 힘든 브랜드들이 있습니다. 희소성 전략을 펼치는 명품과 판매량을 극대화하려는 공산품 사이에 있는, 중·고가 컨템포러리 브랜드들입니다. 이들은 브랜드 철학을 고수하고 이를 알아주는 소비자들에게 선택적으로 다가가고 싶어합니다. 성수동이나 가로수길, 한남동 플래그십 스토어나 고가 편집숍 같은 플랫폼을 원하지요. “저가 브랜드와 한데 묶이는 도떼기 시장 같은 e커머스에는 절대 들어가지 않겠다”고 말하는 컨템포러리 브랜드 관계자를 만난 적도 있습니다.

지난해 6월 티몬 이사회 의장직에서 사임하고 스타트업 알엑스씨(RXC)를 설립한 ‘모바일 커머스(앱 기반 쇼핑) 1세대’ 유한익 대표(사진)은 이 빈틈에 주목했습니다. 입점 브랜드의 정체성을 세련되게 보여주는, 브랜딩과 커머스를 함께 할 수 있는 플랫폼 수요가 분명히 있을 거라고 판단했습니다. 쿠팡 창립멤버 출신에 티몬 대표를 거친 그가 오는 7일 새로운 플랫폼 ‘프리즘’을 론칭하며 또 한번 e커머스에 도전하는 이유입니다. “차세대 미디어커머스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유 대표를 지난달 25일 만났습니다.

유 대표에 따르면 프리즘은 입점업체들에게 브랜드를 마음껏 드러낼 독립적인 공간을 제공합니다. 개별 쇼룸으로, 브랜드마다 앱 내 자사몰을 구축해주는 셈입니다. 쇼룸은 각 브랜드가 원하는 디지털 콘텐츠로 채울 수 있습니다. 모듈 가구 브랜드 ‘몬스트럭쳐’ 페이지에는 가구가 조립되는 영상이, 캔디젤리 전문점 위니비니에는 사탕이 흩날리는 영상과 이미지가 나오는 식입니다. 각 콘텐츠는 패션 잡지와 광고 등 미디어 콘텐츠만큼 수준이 높습니다. 프리즘은 콘텐츠 제작 등 지원을 해주고 촬영 스튜디오도 제공해줍니다.

카테고리 구분 기준도 콘셉트입니다. 패션·화장품·식품 등으로 나뉘는 e커머스와 달리 프리즘의 카테고리는 가치소비·플렉스·헬시플레저 등 키워드로 구분됩니다. 가치소비에는 비건 브랜드가, 플렉스에는 특급호텔 상품이 들어갑니다. 인스타그램에서 게시물을 표현하는 단어를 해시태그(#)를 붙여 표현하는 원리입니다.

판매 중심의 ‘홈쇼핑식 라이브커머스’는 지양합니다. 쇼호스트가 진행하는 판매 방송보다는 품질 높은 라이브콘텐츠를 중요시합니다. 스니커즈 등 고가 한정판 제품들은 앱에서 ‘라이브 경매’를 할 계획입니다. 참여자들은 방송을 보며 실시간으로 댓글을 달아 입찰할 수 있습니다.





프리즘은 한 분야를 파고드는 버티컬 커머스로도 보입니다. 카테고리는 다양해도 입점 브랜드들이 시장에서 차지하는 포지션은 공통적으로 ‘프리미엄’입니다. 품질이 좋고 가격대가 있는 제품을 팔며 할인보다는 브랜딩으로 소비자를 모으지요. 유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한국에서도 사람들의 소비력이 커지고 취향이 뚜렷해지며 이런 브랜드들이 성장할 토대가 마련됐다”며 “이전에는 패션 브랜드들이 대부분이었으나 최근 가구, 인테리어, 캠핑 등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에서는 이미 프리즘 같은 플랫폼들이 ‘리테일 미디어 플랫폼’으로 불리며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대표주자인 ‘NTWRK’에 들어가보니 홈페이지 메인 화면이 영상 하나로 가득 차있습니다. 신명품 브랜드 오프화이트의 신발 캠페인으로, 모델은 신발의 기능을 설명하는 대신 돈뭉치를 만지거나 상품들을 가지고 놉니다. 온갖 카테고리와 상품들이 빼곡히 들어찬 아마존과 확연히 다릅니다.

프리즘도 출시 전부터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RXC가 지난달 18일 공개한 라이브 경매 사전 예약 페이지에서는 열흘 만에 예약자 수가 4만 명을 넘었습니다. 대대적인 홍보 없이 낸 성과입니다. 출시 전 60여개 브랜드와 10여명의 작가들도 셀러로 확보했습니다. 유 대표는 “브랜드 정체성을 감각적으로 보여주면 자신의 취향이 뚜렷한 소비자들은 원하는 브랜드와 상품을 선택하기 쉬워진다”며 “사람들이 동경하고 아끼는 ‘어도러블(adorable) 라이프스타일 커머스’가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습니다.

브랜드마다 쇼룸과 디지털 콘텐츠를 만들어주고 라이브 경매를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IT 역량이 필수입니다. 유 대표는 RXC를 세우며 티몬 대표 시절 함께한 개발자들만 40여명을 모았습니다. 국내 최초 라이브커머스였던 ‘티비온’을 함께 만든 후 네이버, 카카오, 29CM 등으로 흩어졌던 베테랑 인력들입니다. 현재는 입점 브랜드 유치와 감각적인 콘텐츠를 위한 인력도 40여명 영입했습니다. RXC는 시드 투자 단계부터 200억원을 유치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아모레퍼시픽, F&F, 매일유업, 네오밸류와 벤처캐피털(VC) LB인베스트먼트 등이 주요 투자자입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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