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복합쇼핑몰, 제주 제2공항, 전북 남원 공공의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전국 각지의 요구를 반영한 대선 지역별 공약을 발표했지만 일부 사업에는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 각 당 지지 기반과 당론을 고려한 두 후보의 엇갈린 입장이 지역 표심에 중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광주 복합쇼핑몰 논란은 여야가 열흘 넘게 공방을 벌일 정도로 뜨거운 감자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24일 광주 유세에서 “복합쇼핑몰은 지역 토호 정치인들의 논리와 이해에 의해 박탈됐던 아주 작으면서 상징적인 권리의 표현”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조오섭 민주당 의원은 “광주를 다른 시·도와 갈라치고 고립을 유도하는 전형적인 ‘일베’의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윤 후보는 24일 발표한 공약집에서 광주 복합쇼핑몰 유치를 공식화했다. 이 후보는 2017년 대선 때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생계를 고려해 복합쇼핑몰 입점을 반대했지만 18일에는 “합리적 타협안을 만들면 된다”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민주당도 ‘호남 홀대론’이 확산하면서 대안을 마련 중이다.
‘제주 제2공항 설립’ 역시 두 후보 간 견해차가 엇갈리는 공약이다. 윤 후보는 지난 5일 제주를 방문, “제주 제2공항 건설을 조속히 추진해 항공 수요 분산 및 추가 수요 확보를 통해 항공 안전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제2공항은 주민 간 논쟁도 매우 격화돼 있고, 정부 부처 간 방침도 달라 쉽게 어느 방향으로 단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2공항 설치에 찬성하는 측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내세우고 있는 반면 반대하는 측은 관광객 증가로 인한 제주 고유문화의 소실과 환경 파괴를 우려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19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반대(47.0%)가 찬성(44.1%)을 소폭 웃돌았다.
남원의 최대 쟁점은 공공의대 설립이다. 이 후보는 4일 남원을 찾아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시행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윤 후보는 “공공의대라는 지역 의사 배출 시스템에 대해서는 검토가 필요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은 21대 국회에서 정부·여당이 추진한 공공의대 설립을 반대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 지역에서는 ‘평화’와 ‘경제’ 프레임으로 두 후보가 맞붙었다. 이 후보는 민주당 소속의 최문순 강원지사 등이 추진하고 있는 ‘평화특별자치도’ 설립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비해 사회간접자본(SOC) 시설을 확충하고 비무장지대(DMZ) 생태공원을 추진하는 내용이 담겼다. 윤 후보는 ‘경제특별자치도’로 맞섰다. 혁신적 규제개혁, 신성장 사업 육성 등을 통해 강원도가 스스로 잘살 수 있게 하는 ‘자강 전략’을 들고나온 것이다.
경북 지역 최대 현안은 ‘원자력 발전’이다. 이 후보는 원전 추가 설치보다 해체 시장 투자 및 원자력 이용 치료기술 개발에 중점을 뒀다. 탈원전 피해 지역인 울진에는 대규모 수소생산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게 이 후보의 생각이다. 윤 후보는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신한울 3·4호기 공사를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소형모듈원전(SMR)을 비롯한 차세대 원전 개발 및 상용화 지원도 공약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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