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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무조건 4500 간다?…'MSCI'가 뭐길래 [한경우의 케이스스터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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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한국 주식시장은 외국인 투자자의 현금인출기’라는 한탄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습니다. 돌발 악재가 발생했을 때 외국인투자자의 투매가 주가 급락을 주도하는 경우가 많아서죠. 이를 완화하려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에 편입돼야 한다는 주장이 증권가에서는 꾸준히 제기돼왔습니다.

코로나19로 증시가 폭락한 뒤 회복하는 국면에서 개인투자자가 대거 주식시장에 유입돼 ‘개인투자자 1000만명’ 시대가 열리자, 우리 정부는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재차 추진하고 있습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MSCI 선진국지수 편입과 관련해 “외환거래시간 연장, 해외기관 외환시장 참여 허용 등 외환시장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지난달 25일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 겸 대회경제협력기금운용위원회 회의에서 천명하기도 했습니다.

국제기구도 아닌,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자회사로 있는 일개 지수사업자로부터 ‘선진국’으로 인정받는 게 뭐 그리 대단하다고 부총리까지 나섰을까요.
"440억달러 유입돼 코스피 4500" vs "300억달러 유출"
MSCI는 최초의 국제 벤치마크 지수를 만든 회사입니다. 벤치마크란 펀드를 운용하는 매니저가 수익률을 맞춰야 하는 지표로, 일종의 펀드 성과 측정의 기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MSCI는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와 함께 글로벌 양대 지수사업자로 꼽힙니다. 그러나 추종 자금의 규모 면에서는 압도적일 정도입니다. 2020년 말 기준 MSCI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펀드 자금이 14조5100억달러(약 1경7393조원) 정도라고 자체적으로 밝히고 있습니다. 이 큰 금액이 MSCI가 내놓는 지수를 그대로 따라서 기계적으로 주식을 사고 판다는 겁니다.

14조5100억달러의 전체 추종 자금 중 선진국지수를 벤치마크로 활용하는 펀드 자금은 12조1050억달러, 현재 한국이 포함돼 있는 신흥국지수를 추종하는 자금은 2조4050억달러입니다. 압도적으로 큰 선진국지수의 한켠을 차지하게 되면 한국 주식시장에 더 많은 외국인 자금이 들어와 코스피가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이 부풀고 있습니다.

가장 장밋빛 전망을 내놓은 곳은 미국의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입니다. 지난 14일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한국이 MSCI 선진국지수에 편입되면 440억달러(약 53조원) 이상의 해외 자금이 유입될 수 있다”며 “만일 2년 내 (선진지수 편입과 코스피 상승이) 발생하고, 이익이 매년 10%씩 증가한다면 코스피는 4500에 도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그 동안 줄기차게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외쳐왔던 한국의 증권가에서는 오히려 보수적인 전망이 나옵니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과 허율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이 MSCI 선진국지수에 편입되면 오히려 펀드 자금이 유출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선진국지수에 포함되면서 이를 추종하는 펀드 자금은 유입되지만, 신흥국지수를 추종하는 펀드 자금은 빠지기 때문입니다. 노동길 연구원과 허율 연구원은 유입 자금으로 각각 304억달러와 290억달러를, 유출자금으로 440억달러를 추정했습니다.

그래도 시장 안팎에서는 펀드자금 유출입 규모 측면에서 선진국지수에 편입되는 게 더 유리하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중국 때문입니다. MSCI는 2018년 중국A주를 신흥국지수에 편입시키면서 시가총액의 일부만 포함시켰습니다. 이 포함 비율을 단계적으로 상향하기로 했고, 현재는 20%까지 높인 상태이며, 향후 100%까지 확대할 예정입니다. 그럼 MSCI 신흥국지수 내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의 44%에서 63%로 커집니다. 한 파이 안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 한국의 몫은 당연히 줄어들겠죠. 이 경우 한국에서 174억달러의 펀드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한국 주식시장 고질병 고칠 약 될까
증권가는 단순한 펀드자금의 유출입 규모보다 새로 유입되는 외국인 투자 자금의 안정성에 더 주목합니다. MSCI 선진국지수에 포함되면 악재가 발생해 증시가 충격을 받았을 때 외국인 자금이 덜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겁니다.

우선 악재가 생겼을 때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들이 급격히 빠져나가는 건 사실입니다. 당장 이번 조정장만 봐도 그렇습니다. 올해 들어 글로벌 증시는 물가 상승(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미국 중앙은행(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정상화 기조와 우크라이나 사태의 영향으로 큰 폭의 조정을 받고 있습니다.

국가별 대표지수의 낙폭을 비교해보면 한국인으로서 많이 서운합니다. 올해 들어 지난 24일까지 코스피는 11.04% 하락했는데, 글로벌 긴축 공포의 진원지인 미국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와 우크라이나 사태로 직접적인 피해가 예상되는 독일의 닥스30지수는 각각 8.82%와 7.89% 내리는 데 그쳤거든요.

별 차이 없어 보일 수 있는데, 기간을 같게 설정해서 그렇습니다. 미국과 독일 증시는 올해 들어서 본격적으로 조정받기 시작했지만, 코스피의 조정은 작년 7월부터였죠. 코스피의 작년 6월 종가와 이달 24일 종가를 비교하면 낙폭이 19.65%에 달합니다.



이 기간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8조7812억원 어치와 6조9316억원 어치의 현물주식을 팔았습니다. 이에 더해 외국인은 코스피200 선물을 1만4291계약을 순매도했습니다. 반면 기관은 1만3658계약을 순매수했고요. 시기별로 외국인, 기관, 개인이 함께 매수·매도를 주고받았겠지만, 길게 보니 코스피의 조정을 외국인이 주도한 게 드러납니다.

노동길 연구원은 “한국 주식시장을 선진국으로 분류할 경우 신흥국 환율 변동성이 크다는 이유로 유출됐던 외국인 자금의 이탈 규모를 과거 대비 줄일 수 있다”며 “한국 주식시장의 고질병이었던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의 글로벌 선진국 주식시장 대비 하향 탈동조의 역사를 다르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MSCI 기준의 ‘선진국’이 되기 위한 조건은…
MSCI에 편입되면 좋은 일만 있을까요. 아쉽게도 공짜는 없습니다. MSCI가 내세우는 조건을 맞춰야 합니다. MSCI는 △경제발전 정도 △주식시장 규모 및 유동성 조건 △시장 접근성 등 세 가지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경제발전 정도와 주식시장 규모 및 유동성 조건에 있어서 한국은 이미 차고 넘치죠. 현재 MSCI 선진국지수에는 미국, 캐나다, 오스트리아, 벨기에, 덴마크, 핀란드, 프랑스, 독일, 아일랜드, 이탈리아, 네덜란드, 노르웨이, 포르투갈, 스페인, 스웨덴, 영국, 이스라엘, 호주, 홍콩, 일본, 뉴질랜드, 싱가폴 등 24개국이 편입돼 있습니다. ‘경제력 측면에서 확실히 한국보다는 아래’라는 생각이 드는 나라가 몇 곳 보이는군요.

문제는 시장 접근성입니다. 한국 주식 시장에 대해 MSCI가 낙제점을 부여한 항목은 △역외 현물환 시장 부재 △영문공시 자료 부족 및 배당락일 이후 배당금 결정 △경직된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도 △계좌별 거래내역 신고 규정 △장외거래의 어려움 등입니다.

앞선 몇 번의 MSCI 선진국지수 편입 시도 때는 역외 현물환 시장을 개설하라는 요구가 우리 정부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었습니다. 1997년 국제통화기구(IMF)로부터 굴욕적인 구제금융을 지원받게 한 외환위기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데, 역외 현물환 시장 개설은 ‘외환시장 전면 개방’을 뜻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열망하는 증권가 일각에서는 외환시장 전면 개방을 주저하는 경제부처의 태도를 놓고 ‘경제 관료들만 1990년대에 머물러 있다’는 불만을 반쯤 섞은 비난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경제부처 내부적으로는 이견이 있다는 이야기도 들려오지만, 이번엔 홍남기 부총리가 직접 나서서 외환시장 전면 개방을 위한 포석을 깔고 있습니다. 우선 현재의 오전 9시~오후 3시30분인 국내 외환시장 개장시간을 해외 영업시간까지 포괄할 수 있도록 대폭 연장하고, 해외 금융기관의 국내 외환시장 직접 참여를 허용하며, 더 나아가 역외 외환거래 허용까지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개인투자자들에게 가장 민감한 부분은 ‘공매도 전면 재개’일 겁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들이 ‘MSCI 선진국지수에 가입하려면 공매도 전면 재개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잇따라 내놓으면서죠.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증시가 폭락한 2020년 3월 글로벌 주요국들과 함께 우리 금융당국도 공매도 거래를 정지시켰습니다. 대부분의 나라들은 6개월 뒤 공매도 거래를 풀었지만, 한국은 1년 2개월이 걸렸습니다. 그나마도 공매도할 수 있는 종목을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편입 종목으로 한정했습니다.
공매도·외환시장 전면 개방 문제, MSCI에 판단 맡기나
공매도 전면 재개가 꼭 필요한지 여부를 떠나서 금융당국이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공매도 거래 전면 재개의 명분으로 삼는 모습을 보는 게 유쾌하지만은 않습니다. 국가가 국민들에게 ‘공매도가 비이성적인 가격 급등을 막아주는 순기능이 있다’는 이유는 쉽게 납득이 되지는 않습니다. 되레 MSCI라는 지수사업자의 권위에 기대는 듯한 모습으로도 보이기 때문입니다.

MSCI가 한국의 공매도 관련 평가 등급을 ‘문제 없음’에서 ‘일부 문제, 개선 가능’으로 낮춰 잡은 건 작년 6월입니다. 우리 금융당국이 몇 차례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에 막혔다가 부분적으로 공매도 거래를 재개한 건 그보다 한 달 앞선 작년 5월이고요. MSCI가 공식적으로 지적하기 전부터 우리 금융당국과 업계는 공매도 거래를 재개해야 하다고 보고 있었던 겁니다.

외환시장 전면 개방 문제도 마찬가집니다. MSCI의 강요에 이끌려 추진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사실 한국과 같은 소국 개방경제에서 외환 문제는 어떤 안전장치가 있어도 위험합니다. 외환이 급격하게 움직일 이슈를 스스로 통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중국이나 러시아와 싸움을 벌이기 전 한국의 동의를 구하지 않지만, 대국들의 싸움에 원·달러 환율은 치솟죠. 자국 통화 가치가 얼마나 떨어지는지 정도의 차이일 뿐입니다. 하락하는 방향성은 MSCI가 선진국으로 분류하든, 신흥국으로 분류하든 마찬가지입니다. 위기국면에서는 모두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이라는 ‘달러’만 찾으니까요.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인 중국은 2014년부터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만들겠다며 완화적인 통화정책과 위안화 절상이라는, 모순되는 두 정책을 병행했습니다. 1년여만에 약 4조달러 규모의 외환보유고 중 1조달러 정도가 유출되면서 중국은 '위안화 위기'를 맞게 되죠. 중국은 관리변동환율제를 운영하고 있고 외국인 자금에 대한 규제가 훨씬 촘촘한데도, 글로벌 헤지펀드들은 위안화를 내다 팔며 중국을 위기로 몰아 넣었습니다.

설명하고 보니 이상하군요. 어차피 외생변수가 발생하면 위험해지는 건 매한가지이니까요.

다만 MSCI 선진국지수를 추종하는 ‘안정적’인 펀드 자금을 받아 금융시장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우리가 갖고 있는 외환시장 안전판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는 게 영 찝찝합니다.
MSCI와 OECD, 그리고 IMF 구제금융
과거 보도들을 찾아보니 2010년 전후로 한국이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추진하던 때 외환시장 전면 개방 문제에 난색을 보이던 금융당국 관계자들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에 가입한 직후 외환위기가 발생했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지금은 고인이 된 김영삼 전 대통령이 1994년 말 시드니 선언을 통해 '세계화'를 천명했고, 이듬해인 1995년 3월 한국은 OECD에 가입 신청서를 냈습니다. OECD 가입 교섭 당시에도 '외환·금융 자유화'가 쟁점이었습니다. 경상거래와 관련된 외환 지급 자유화, 자본의 국경이동 자유화 등이 OECD 가입국이 지켜야 할 의무였습니다. OECD 가입신청을 한 이후 경상수지와 여행수지 적자가 급증했지만, 어쨌든 한국은 1996년 10월11일 OECD 가입 승인 결정을 받아냅니다.

선진국들의 모임인 OECD에 들어갔다며 샴페인을 터뜨린지 1년 뒤, 한국은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습니다.



물론 그때와 지금은 다릅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는 당시의 3배 이상으로 늘었고, 한국 기업이 세계적으로 선두권에 위치한 산업도 한두개가 아닙니다. 심지어 선두 다툼을 한국기업끼리 벌이기도 합니다.

MSCI와 함께 글로벌 양대 벤치마크로 꼽히는 FTSE, 미국의 다우존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이미 2010년 이전에 한국 주식시장을 선진국지수에 포함시켰습니다. MSCI만 한국을 선진국으로 인정하지 않는 겁니다.

증시의 기초체력을 향상시킬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이 간절한 금융투자업계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금융당국자들은 조급한 마음에 다국적 지수사업자에 끌려다니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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