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최대 연례 정치이벤트인 양회(兩會)가 다음 달 4일 개막한다. 양회는 중국 헌법 상 최고 권력기구이자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와 정책 자문기구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다. 양회의 하이라이트는 전인대 첫 날 총리의 업무보고에서 발표되는 연간 경제성장률 목표와 경제 운용 방향이다.
성장률 '5% 이상' 제시할 듯
올해 양회는 4일 정협, 5일 전인대 순으로 시작한다. 전국 지자체 등에서 선발된 전인대 대표 3000여명과 지역별·부문별 정협 위원 2000여명 등 5000여명이 수도 베이징에 집결한다.입법기구인 전인대는 정부의 업무보고를 받고 예산안과 그 해 최대 현안인 법률안들을 의결한다. 2020년과 작년에는 홍콩에 대한 중앙정부의 직접 지배를 강화하는 안건들을 잇따라 처리했다. 올해는 성장 동력이 떨어져가는 중국이 내걸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목표치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중국은 2020년 코로나19 영향으로 성장률 목표치를 내놓지 않았고, 작년에는 다소 보수적으로 '6% 이상'을 제시했다. 연간으로 성장률 8.1%를 기록하며 목표를 달성했으나 경기가 하반기로 갈수록 둔화되고 있다. 분기별 성장률은 1분기 18.3%에서 2∼4분기에는 7.9%, 4.9%, 4.0%로 떨어졌다.
올해는 작년보다 낮은 '5% 이상'을 내놓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행정부인 국무원의 싱크탱크 사회과학원은 지난해 12월 2022년 경제성장률을 5.3%가량으로 예측하면서 약간의 여지를 두기 위해 '5% 이상'의 목표를 설정하라고 당국에 건의했다.
주요 지방정부들이 지난달 진행한 지방 양회에서 내놓은 목표치도 작년보다 내려갔다. 31개 성시 가운데 5곳을 제외한 26곳이 작년보다 목표치를 내려잡았다.
베이징은 작년 8.5% 성장률을 달성했음에도 올해는 5.0% 이상을 내걸었다. 한 중국 경제 전문가는 "베이징의 목표와 중국 전체 목표가 최근 수년 동안 동일하게 제시됐다는 점을 주목할 만 하다"고 분석했다. 상하이와 경제 규모와 인구에서 중국 최대 성(省)인 광둥성은 5.5% 내외를 제시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핵심 경제 어젠다인 '공동부유(共同富裕)'를 실행하는 구체적 방안들을 이번 양회에서 어떻게 논의할 것인지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경기 둔화의 주요 원인인 침체된 부동산시장에 어떤 대책을 내놓을 지도 주목된다.
방역정책도 완화할까
중국이 이번 양회를 통해 '제로 코로나' 방역 정책을 완화할 것인지도 관심이다. 코로나19 방역 정책의 변화를 예측하는 주된 이유 역시 경기 침체다. 중국은 확진자가 발생하면 해당 지역을 봉쇄하는데, 이런 강압적 정책이 소비와 생산 등 경제 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다.우쭌유(吳尊友) 중국질병예방통제센터 전염병학 수석전문가는 최근 한 포럼에서 "여러 팀이 코로나19 대처 방안 개선을 연구 중"이라며 방역정책 완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재정부 등 14개 부처는 지방정부들에 코로나19가 발생해도 중소 서비스업체들의 영업권을 보장하라는 내용의 서비스업 촉진 정책을 내놓기도 했다.
다만 올 가을 시 주석의 3연임 여부를 결정할 제20차 당 대회를 앞두고 있어 방역 수위를 대폭 낮추진 않을 것이란 예상도 많다.
올해 양회에선 부총리 인선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국은 그동안 부총리 중 한명을 총리로 선출하는 관행을 유지해 왔다. 리커창 현 총리의 임기는 내년 3월 양회까지다. 현재 한정, 류허, 쑨춘란, 후춘화 등 4명의 부총리 가운데 후춘화를 제외한 나머지 3명은 은퇴 대상이다. 당 최고위 간부는 5년마다 열리는 당 대회를 기준으로 67세까지는 계속 기용될 수 있고, 68세부터는 물러나야 한다는 '칠상팔하'라는 암묵적 규칙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내년 양회에서 부총리 3명이 은퇴하고 한 명 남은 후춘화 부총리가 총리에 오를지, 아니면 올해 양회에서 부총리 중 일부가 먼저 물러나고 그 자리를 채운 인물이 총리 후보로 부상할 지에도 관심이 쏠인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정치국 상무위원 7인이 동계올림픽 개막식 후 1주일간 공개석상에서 모습을 감추고 우크라이나 문제와 함께 다음 달 양회를 어떻게 치를지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올 가을 당 대회에서 발표할 새로운 5년 임기의 제20기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인선 문제도 깊이 다룬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