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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에어한경 믿을 걸"…정부 말 들은 농민들, 양파값 폭락에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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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부족에 대비해 양파 1만t을 비축하겠다.”

지난해 5월 농림축산식품부는 양파 면적 감소에 따른 가격 급등을 우려해 이 같은 비축 결정을 내렸다. 전년에 ㎏당 500원대 중반이던 서울 가락시장 도매가격이 연초 2000원대까지 급등하자 내놓은 조치였다. 중만생종 양파의 재배면적이 2019년 1만8920㏊에서 2021년 1만5593㏊로 17%가량 줄어들 것이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전망이 결정적이었다. 정부 발표 직후 시중에선 ‘금 마늘’에 이어 ‘금 양파’ 사태까지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당시 팜에어한경의 농산물가격지수는 정부와 정반대 방향을 가리켰다. 지난 8년간의 농작물 수확량·거래량·가격·기상정보와 매일 전국 30곳 도매시장에서 거래되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격을 예측하는 팜에어지수는 “2022년 3월께 500원 안팎의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다.

정부와 민간의 상반된 예측은 8개월여 만에 ‘양파 가격 파동’ 결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까지 ㎏당 800원대를 유지하던 양파 가격은 11월부터 하락 반전해 12월에는 500원대에 진입했다. 올 들어서도 가격 하락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불과 1년 새 양파 도매가격이 70~80% 급락하자 수확을 앞둔 생산 농가들이 아우성치고 있다.
정부 예측 실패·수요 감소에 농가 ‘아우성’
25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 유통 정보 기준 양파 20㎏ 도매가격은 1만980원으로 1년 전(4만3912원)과 비교하면 75.0% 급락했다. 1㎏ 기준 500원대 수준이다. 월간 기준 2월 도매가격은 1만2571원으로 2019년 11월(1만2100원) 후 2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국 30개 도매시장 가격을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팜에어한경지수의 낙폭은 더 크다. 양파 1㎏ 도매가격은 329원으로 1781원이던 지난해 2월과 비교해 80% 하락했다.

제주 대정읍에서 10만㎡ 규모의 양파 농사를 짓는 문형원 씨(65)는 “당장 다음달 조생양파 수확기가 오는데 가격이 완전히 무너졌다”며 “인력을 들여 수확하면 손해만 더 커지는 상황이라 밭을 갈아엎는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농민들이 가격 폭락에 분개하는 이유는 믿었던 정부의 수급 예측이 틀려서다.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을 예상했지만 오히려 공급 과잉 사태가 빚어지면서 아무런 대비 없이 가격 폭락을 맞게 됐다. 오창용 전국양파생산자협회 제주지부 회장은 “정부의 잘못된 수급 예측으로 농민들이 큰 혼란을 겪고 있다”며 “가격 폭락의 전조 증상이 지난해 말부터 나타났음에도 정부가 소극적으로 대처하면서 더 큰 폭락을 야기했다”고 주장했다.

한 대형마트는 민간 전망을 참고해 양파 매입량을 평년보다 20% 줄이는 모험을 감행한 덕분에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마트 관계자는 “정부 발표와 달리 팜에어와 산지 분위기는 가격 하락을 가리키고 있었다”며 “정부 예측을 믿고 양파 매입량을 늘렸다면 올해 큰 손해를 볼 뻔했다”고 말했다.
정밀한 가격 예측 체계 마련해야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감소로 양파 가격 하락세가 올여름까지 지속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시중 유통량의 90%가량이 소요되는 외식과 단체급식 감소로 인한 타격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노동력 부족으로 인한 부실 수확도 최근의 가격 하락폭을 키웠다. 양파는 보통 가을에 심어 이듬해 3~6월 수확해 창고에 보관해둔 물량을 시장에 내놓는다. 그런데 지난해 수확기에 이례적으로 많은 비가 내리는 상황에서 일손 부족으로 수확과 건조에 문제가 발생해 상품성이 크게 떨어졌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지금 유통되는 양파는 품질이 현격히 떨어지는 상품이 대부분이라 가격 하락폭이 더 크다”고 전했다.

소비자들이 도매가격 하락폭을 체감하지 못한 것도 하락폭이 큰 낮은 품질의 양파는 대형마트 등에 아예 출시되지 못하고 있어서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의 최근 양파 가격은 1.8~2㎏ 기준 3400~3800원대다. 6000원 안팎이던 전년 대비 41%가량 낮지만 약 70% 떨어진 도매가격 하락폭에는 못 미친다.
“가격 하락 여름까지 지속될 것”
시장에선 양파 가격 하락세가 여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수확한 저장양파가 모두 소진되지 못한 상태에서 다음달부터 조생양파 출하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양파 재고량은 17만6000t에 달한다. 중만생양파가 6월부터 본격 수확에 들어가면 공급 과잉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 팜에어·한경은 중만생양파가 시장에 풀리는 7월에는 ㎏당 양파 도매가격이 270원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3~5년 주기로 반복되는 농산물 가격 파동을 막기 위해선 더욱 정교한 정부의 수급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는 재배면적과 생산량 등을 토대로 수급 상황을 예측하지만 표본조사 방식으로 재배면적 등을 추산하는 수준이다 보니 예측의 신뢰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농식품업계 관계자는 “농민들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선 정부가 민간 데이터 등을 적극 활용해 수급 예측의 정확도를 높여야 한다”며 “사후약방문식 산지 폐기나 소비 촉진 행사를 넘어 계약재배 활성화 등 선제적으로 농산물 가격을 안정화시키려는 정부 차원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팜에어한경 지수

농산물 가격 분석·예측 기업 팜에어와 한국경제신문이 개발한 빅데이터·인공지능(AI) 기반 농산물 가격예측 시스템. 거래량 상위 22개 농산물 가격을 품목별로 표준화해 농산물 가격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했다.

박종관/노유정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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