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작년 9월 그룹의 새로운 비전인 ‘더 쉽고 편안한, 더 새로운 금융’을 선포했다. 금융 소비자가 금융회사에 바라는 편리성, 안전성, 혁신성을 모두 담았다. 신한금융은 새 비전에 대해 소비자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더’라는 표현이 핵심이라고 설명한다. 한국을 넘어 세계 일류(一流) 금융그룹으로 도약하는 게 신한금융의 목표다.
8년 연속 불어난 이익
신한금융은 지난 9일 실적발표에서 지난해 4조193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자본시장 부문 확대와 중소기업 중심 대출자산 성장을 기반으로 비은행과 은행 부문이 균형 있게 성장한 덕에 사상 최대 순이익을 거뒀다. 지난 8년간 순이익 증가세를 유지한 것도 성과로 꼽힌다.신한금융은 2017년 조 회장 취임 이후에는 매트릭스 사업부문제를 도입했다. 매트릭스 제도란 흩어진 각 계열사의 공통된 사업부문을 경영 효율화를 위해 하나로 묶어 관리하는 수평적 조직을 말한다.
조 회장 취임 6년차를 맞아 구상해온 그룹의 외형적 변화도 거의 마무리됐다. 신한금융은 2017년 호주 ANZ은행의 베트남 소매금융 부문을 인수해 국내 금융사 해외법인 중 순이익 1위인 신한베트남은행으로 키웠다. 이후 오렌지라이프(현 신한라이프로 흡수), 아시아신탁, 네오플럭스(현 신한벤처투자) 등의 인수합병을 완료했고, 지난해 말 인수한 카디프손해보험의 자회사 편입도 금융당국의 승인을 앞두고 있다.
자회사들이 추가되면서 수익원 다각화 전략도 성과를 내고 있다. 소매금융·보험·투자금융 부문의 수익성이 특히 높아졌다. 기업투자은행(CIB) 조직인 글로벌&그룹IB(GIB) 등도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신한금융의 디지털 전략은 ‘쉽고 편안한 금융’이라는 비전을 실천하는 데 있다. 빅테크와 플랫폼 금융 경쟁에서 한발 앞서나가기 위해 △신기술에 기반한 신사업 발굴 △새로운 상생 디지털 생태계 조성 △인재 구성 및 조직문화 혁신 등의 작업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 중이다. 올해 초 조직개편을 통해 디지털 부문에 디지털전략팀과 디지털추진팀을 신설했고, ICT(정보통신기술)기획팀도 부문 내 배치했다. 디지털 금융 구현을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게 신한금융 측 설명이다. 그룹 최고디지털책임자(CDO)로는 국내 여성 디지털 전환(DT) 전문가로 손꼽히는 김명희 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장을 영입해 맡기기도 했다.디지털 혁신의 성공 열쇠는 기존 조직문화를 계승 발전시키는 데 있다는 게 조 회장의 소신이다. 과거 신한금융 조직문화는 고객을 성심성의껏 모시는 투철한 서비스 정신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고객이 직접 비대면 플랫폼을 선택하고 서비스를 주고받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조직문화도 과거와 달라져야 한다는 게 신한금융의 판단이다.
조 회장은 신한경영포럼에서 “새로운 조직은 신입 직원부터 임원까지 창의성과 주도성을 갖고 두려움 없이 일하는 ‘셀프 리더십’이 바탕이 돼야 한다”며 “‘바르게(正道), 빠르게(변화), 다르게(개성)’를 핵심 가치로 삼아 개개인의 재능을 살려야 남다른 결과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한금융은 은행 창립 기념일인 7월 7일까지 새로 정립된 핵심 가치를 기반으로 리더 및 인재상, 평가시스템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금융사 첫 ‘넷제로’ 선언
기업 시민으로서 금융사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도 신한금융의 역점 사업 중 하나다. 신한금융은 2020년 국내 금융그룹 가운데 처음으로 탄소 배출을 감축하기 위한 친환경 전략인 ‘제로 카본 드라이브’를 선언했다. 2050년까지 자산 및 대출 포트폴리오의 탄소 순배출량을 제로로 만들겠다는 목표다.신한금융은 금융지주회사 중 최초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전략위원회를 이사회 내에 구성했고, CSSO(지속가능경영부문장)를 두기도 했다. 기존 사회책임보고서를 개편한 ‘ESG하이라이트’ 보고서를 발간하고, ‘신한사회적가치측정체계(SVMF)’를 신설해 사회공헌 활동 등 사회를 이롭게 하기 위한 활동을 정량화하는 작업도 시작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조 회장은 지난해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금융권을 대표하는 인사로 초청받기도 했다.
김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