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가 주택담보대출을 시작했다. 대화형 인터페이스(챗봇)로 진행되는 주담대 대출조회는 1분 안에 가능했다. 기존의 은행권 및 보험사보다 낮은 대출금리가 책정됐지만, 장기 고정금리 상품이 없다는 점이 아쉬운 대목으로 꼽힌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주택담보대출은 KB시세 기준 9억원 이하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아파트 구매 자금에 대해 대출을 제공한다. 대출 금리의 경우 변동금리는 연 2.99~3.54%, 혼합금리(고정금리 5년 적용) 대출은 연 3.60~3.93%대로, 대출기간과 거치기간·상환방법에 따라 달라진다.
직접 주택담보대출을 실행해 본 고객들의 평가는 '금리는 만족, 한도는 불만'으로 요약된다. 다른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대출금리에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예상한도 및 대출금리를 조회하는 데엔 1분도 채 걸리지 않아 '빠른 조회' 또한 장점으로 꼽혔다. 그러나 예상보다 적은 대출한도가 나온 점은 불만으로 지적됐다. 올해부터 적용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적용된 데에 따른 것이다.
카카오뱅크에서 주담대 대출을 선택하면 챗봇이 켜졌다. 휴대폰 인증을 거친 뒤 대출 목적을 선택하면 된다. 주택을 구입할 예정인지 아니면 이미 보유하고 있는 지를 선택한다. 그 뒤 대출신청이 가능한 주택인지 확인한다.
지역명과 동을 입력하면 대출이 가능한 아파트 목록이 뜬다. 그러면 해당 아파트의 시세가 확인된다. 이어 △잔금일 △근로소득자 또는 사업소득자 중 선택하면 된다. 연소득을 입력하면, 미혼/기혼 여부를 고르면 된다. 이어 주택보유수 확인창이 뜨며 무주택을 선택한 뒤 세대주 여부를 확인한다. 그러면 최종으로 예상한도 및 금리가 뜬다.
연봉 5000만원을 받고 있는 직장인 김도연(가명)씨는 서울시 금천구의 시흥동 삼익아파트 전용면적 59㎡(약 24평)을 대상으로 대출 가능 여부를 조회해봤다. 해당 아파트의 예상시세는 4억9000만원으로 나왔다. 대출한도는 1억1200만원으로, 대출기간은 15년·25년·35년 모두 3.795% 금리가 적용됐다. 기준금리(금융채 5년) 2.799%와 가산금리 0.996%가 적용된 결과다. 그는 "마이너스통장을 8800만원 정도로 사용하고 있어서, 대출 가능 금액이 생각보다 적게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와 비교 후 갈아탈 의향이 있다는 소비자도 있었다. 마이너스통장 6500만원을 쓰고 있는 직장인 강지은(가명)씨도 "7억원대 아파트로 대출 조회를 해봤더니 40% 한도로 대출이 나오고, 대출금리는 3.8%를 적용받았다"며 "이를 기준으로 다른 은행과 보험사 등을 비교해 본 뒤 카뱅의 금리가 가장 낮다면 여기서 대출을 받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최근 보험사들의 주담대 최고 금리도 5%대로 올랐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금리는 낮은 편이다. 삼성생명의 경우 변동금리형 분할상환방식 아파트담보대출 금리는 지난달 3.66~4.36%에서 이번달 3.82~5.32%로 조정됐다. 한화생명은 3.90~4.90%에서 4.36~5.16%로, 교보생명은 4.61~5.20%에서 4.96~5.55%로 각각 상향 조정됐다.
이미 주택을 보유한 사람의 경우, 생활자금대출 이용도 가능했다. 연봉 3500만원의 직장인 임정혁(가명) 씨는 "작년에 영끌할 때 4.8%로 신용대출을 받은터라 매달 내는 원리금 부담이 커졌다"며 "카뱅 주담대로 조회해보니 8700만원을 3.7% 금리로 35년간 빌릴 수 있다는 결과를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본격 금리 인상기에 접어든 만큼, 장기금리가 6개월 마다 변동된다는 점은 아쉽다는 평가다. 30대 직장인 장기영(가명)씨는 "보험사 혼합형 금리를 체크해보면 최저 3.76%(장기고정금리)로 나온다는 것을 감안하면 카뱅 금리가 매력적인 수준인 지는 모르겠다"며 "6개월 마다 변동되는 금리를 감당하기엔 꽤나 높은 금리라는 생각도 든다"고 밝혔다.
카뱅은 보금자리론과 같은 고정금리 상품도 내놓을 계획이다.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송호근 주택담보대출 스튜디오 팀장은 "금리상승기에 접어들면서 고정금리형 상품이 인기가 많아지고 있는 만큼, 보금자리론도 조만간 출시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