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잡앤조이=이재욱 성수미술관 대표] 여러분에게 꿈 그리고 도전이란, 어떤 의미인가. 일반적으로 꿈에 가까워지기 위해선 도전을 해야한다. 번지점프나 롤러코스터 타기가 꿈이라면 다소 우스울 수 있지만, 누군가에겐 커다란 두려움 때문에 엄청난 도전을 해야만 이룰 수 있는 꿈일지도 모른다. 물을 두려워 하는 사람이 계곡에서 다이빙하기, 합격하기 어려운 자격증 따기, 요리에 재주가 없는 사람이 맛있는 요리 만들기, 다룰 줄 모르는 악기 연주하기 등등 세상엔 수많은 도전거리들이 있고 그건 누군가에겐 어쩌면 꿈일지 모른다.
우리는 많은 것들을 도전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많은 꿈을 이루며 살아간다. 어린 아이가 첫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두발자전거를 처음 성공하는 순간도 모두 도전의 연속이다. 나는 여행 유튜버에서 뷰티 스타트업, 그리고 드로잉카페 '성수미술관', 그리고 후술할 위스키바 '무근본'까지. 여행 유튜브 채널이 구독자 수 100만명의 채널이 되지는 않았지만, 회사가 아직은 유니콘 기업이 되지는 않았지만, 위스키바 ‘무근본’이 대단히 유명해 지진 않았지만, 그건 모두 나의 소중한 꿈이었기에 도전했으며 나는 그 꿈들을 이뤄냈다. 그 중 오늘은 나의 작은 아지트, 위스키바 '무근본' 에 대하여 이야기 하려고 한다.
어릴 적, 누구나 막연히 꿈꿔보는 것들이 있다. 톰 소여의 모험에 나올 것 같은 '나무 위에 통나무집 만들기', '80일간의 세계일주처럼 세계일주떠나기', '빌게이츠 같은 부자되기'. 하지만 어른이 되면서 '나무 위에 통나무집 만들기'는 통나무집의 무게를 버틸 만한 크기의 나무를 심을 수 있는 내 소유의 땅이 있어야만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건 생각보다 복잡한 문제다. 만약 서울 시민 이라면 거의 불가능에 가깝고,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여러 기회비용을 따져봤을 때, 그저 어린 날의 막연한 꿈이었단 이유만으로는 실행하기 어렵게 되어버린 것이다. 지난 어린시절의 꿈이 어른의 꿈으로도 남는 건 여러모로 쉬운 일이 아니다. '세계일주떠나기'는 해외여행 정도로 대체되기도 하고, 막연했던 '부자되기'는 머리 숱 부자 혹은 마음의 부자 정도로 적당히 합리화 하기도 한다.
나는 학창시절 방영했던 드라마 '신사의 품격'을 보면서, 남자 주인공들이 퇴근 후 친한 친구가 운영하는 바에 들러 만나는 모습을 보며 ‘나도 어른이 되면 저렇게 친구가 운영하는 멋진 바 에서 한 잔 하고싶다’ 는 막연한 꿈을 꾼 적이 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30대가 됐는데도 도통 주변에 술집을 오픈하려는 움직임이 없어 보였다.
"이대로는 안되겠어. 차라리 내가 바를 차리자."
그렇게 위스키 바 '무근본'이 탄생하게 됐다.
신사동 가로수길에, 적어도 50평은 되는 규모, 바텐더는 세명, 각종 리미티드 에디션 위스키가 화려하게 장식된 바를 꿈꿨지만, 그저 어린 날의 막연한 꿈이라는 이유로 강남에 고급 바를 차린다는 건 저 위에 언급했던 '나무위의 통나무집 만들기'처럼 현실적으로는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나의 위스키 바 만들기 라는 꿈도, 적당선에서 현실과 타협 되어야 했다.
그 무렵, 성수역 근처에 허름하고 오래된 사무실로 쓰던 자리가 공실로 매물이 나온 걸 발견했다. 여기였다. 화려한 강남 위스키바는 아니었지만 ‘을지로’스러운 위스키바로 만들어 보기로 했다. 요즘 을지로스럽다는건, 오래된 구식이 아니라 힙한 뉴트로 문화라는 합리화와 함께.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프랜차이즈 사업 3년 동안 20개가 넘는 매장의 인테리어를 모두 직접 참여하다 보니, 공간을 어떻게 만들면 고객들의 반응이 올지 눈대중으로 견적이 나왔다. 이곳 무근본은 날 것 그대로의 느낌을 살려야 했다. 말 그대로 근본(根本)이 없어야 했다. 무엇 하나라도 새롭게 바꾼다면 원래의 느낌이 없어질 것 같아 모든 걸 그대로 뒀다. 찢어진 벽지, 뜯겨진 바닥장판, 지금은 거의 어디서도 쓰지 않는 삼파장형광등까지. 중간 중간 진행 상황을 확인하던 건물주가, 도대체 인테리어 공사는 언제 들어가냐 물었다.
"이게 완성된 모습입니다"
멋진 위스키바를 만들겠다고 호언장담했었는데, 개업하면 한잔 하러 오신다던 건물주는 그 날 이후로 단 한번도 볼 수가 없었다.
그렇게 정말 모든 이가 근본없음을 인정하는, 위스키바 무근본이 만들어 졌다. 당근마켓에서 5만원에 구매한 티월드쇼케이스 위에 디제잉이 가능하게 마이크를 설치했다. 생전 처음보는 촌스러운 조합에서 오는 신선함. 거기에 오래된 영화에서나 봤던 싸구려 디제이 멘트까지 더해지니 그야말로 20대 30대 손님들에게 최고의 핫플레이스로 유명해졌다. 바텐더 마음대로 만들어주는 '개쌉무근본 칵테일'과 손님의 취향대로 달게,짜게,맵게 맛을 선택할 수 있는 무근본커스텀 칵테일은 무근본의 인기 시그니쳐 메뉴가 됐다. 매주 금요일 토요일이면 오래된 노래에 모두가 기분 좋게 취하고, 때로는 노래를 부르고, 때로는 춤추는 공간, 정말 근본 없지만 알고 보면 모두의 근본이 들어나는 곳.
겉보기엔 강남의 여느 바 만큼 화려하지 않지만, 그 안에서 화려한 불꽃이 춤추는 이곳. 신사의 품격 속 위스키 바 처럼 고급스럽지는 않지만, 퇴근 후 내 사람들과 편하게 한잔 기울일 수 있는 그런 곳. 그게 바로 나의 아지트, 위스키바 '무근본' 이다.
세상 사람들은 대부분 결과를 이야기한다. 누군가는 ‘저런 게 무슨 위스키 바 냐’며 무시하고 비웃을 수도 있다. 하지만 과정 없이 이루어지는 결과는 없다. 비록 결과가 스스로 생각했던 것 보다 좋지 않을지라도, 도전하고, 꿈꿔보는 건 어떨까. 지금 나의 무모한 도전들은 언젠가 이루어질 근사한 꿈의 과정일 뿐이다. 물론, 지금 나의 도전, 그리고 나의 꿈들도 충분히 근사하단 사실은 잘 알고 있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끝은 창대 하리라'라는 말처럼, 이렇게 근사한 일들이 아직 나에게 미약함이라면, 그 끝은 과연 얼마나 더 창대해질지 궁금해진다. 도전할 수 있는 인생보다 멋진 삶은 없다고 믿는 무근본 사장 ‘이재욱’이다.
이재욱 씨는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미술관을 운영하고 있다. 여행 유튜버부터 미술카페 프렌차이즈 ‘성수미술관’의 대표까지 도전을 멈추지 않는 청년 사업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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