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열린 ‘경제분야 첫 TV토론’은 준비되지 않은 대선 후보들의 민낯을 확인시켜줬다. 후보들은 그간 ‘경제 대통령’ ‘디지털 데이터경제’ 등 듣기 좋은 구호를 외쳐왔다. 하지만 막상 판이 깔렸음에도 아무도 설득력 있는 공약 실현방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가 실패한 ‘성장’을 “내가 책임지고 해내겠다”던 후보들 장담은 실상 속 빈 강정이었다. 성장을 견인할 방법이 거의 없었을 뿐만 아니라 경제 전반에 대한 뒤틀린 관점과 잘못된 인식으로 논란만 키웠다. “한국이 기축통화국에 포함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이재명 후보의 발언이 대표적이다. 달러나 유로처럼 국제거래 시 결제수단으로 통용가능한 화폐를 기축통화로 부른다는 점에서 이 후보의 인식은 어불성설이다.
논란이 커지자 민주당은 “IMF 특별인출권(SDR) 통화바스켓에 원화가 편입될 수 있다”는 전경련 자료를 근거로 댔지만 궁색한 변명이다. ‘SDR편입 통화=기축통화’라는 단순등식은 성립하기 어렵다. 스위스 프랑은 준기축통화로 인정받지만, SDR에 편입돼 있지 않다. 경제규모가 크다고 기축통화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도 ‘G2’라는 중국이 잘 보여준다. 해외사용이 거의 없고, 작은 외부충격에도 가치가 급등락하는 원화의 실상을 외면하는 건 기축통화의 본질에 대한 호도이자 몰이해일 뿐이다. ‘원화의 기축통화화’로 최악의 재정문제를 어물쩍 넘기자는 논리는 더욱 터무니없다.
일천한 경제지식은 다른 후보도 마찬가지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자신의 핵심경제공약인 ‘디지털 데이터 경제’에 대해서조차 피상적 인식을 드러냈다. 그는 5G·클라우드·알고리즘 등의 키워드를 언급했지만 종합적 비전 제시에는 많이 부족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현장 경험을 내세우며 양당 후보 비판에 주력했지만 성장을 위한 담론과 대안은 찾기 어려웠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 역시 ‘부자증세’라는 기존의 단순 프레임에 집착하는 모습이 안타깝다.
부자가 약자 몫을 뺏는 바람에 양극화가 심화됐다는 논리로 ‘부자 벌주기’로 치달은 문 정부 5년 동안 경제의 잠재력은 추락했다. 화폐에 대한 오해에 기반해 나라 곳간을 더 털 생각에 몰입하는 여권의 행태는 더욱 위험천만하다. 경제적 자유를 외치면서도 반시장적 노동이사제 등에 앞장선 제1 야당의 인기영합적 행보도 경제를 갈등 대상으로 몰아갈 소지가 있다. ‘이 정도 경제 지식으로 대통령 하겠다는 건가’라는 우려가 들리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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