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어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합병에 대해 조건부 승인안을 내놨다. 그러나 합병 조건이 까다로워 이대로라면 합병이 마무리된다 해도 시너지 효과가 충분히 나올지에 대한 업계 우려가 적지 않다.
국내 1, 2위 항공사 간 합병은 해외의 경쟁 당국 심사까지 받아야 하는 복잡한 사항이다. 이 때문에 공정위도 ‘지각 행정’ 비판 속에서도 지난 1년여간 다른 나라와의 협의까지 거치면서 고심했을 것이다. 하지만 공정위의 숙고에도 불구하고 국내 항공업계의 재도약을 좌우할 구조조정안이 ‘경쟁 촉진’의 틀에 과도하게 갇힌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자아내게 한다. 이런 시기에 주요 산업의 경쟁력 제고도 매우 중요하다.
공정위는 양사 결합을 승인하되, 일부 중장거리 ‘황금노선’의 운수권과 슬롯(시간당 가능한 비행기 이착륙 횟수)을 순차적으로 반납토록 했다. 좌석 수나 좌석 간격, 무료 수하물 등에 대해서도 자세한 입장을 내놨다. 한마디로 ‘돈 되는’ 노선은 포기하고, ‘돈 드는’ 서비스는 줄이지 말라는 것이다. 이러니 채권단 등에서 “이럴 거면 합병은 뭐 하러 하나” “부채 갚고 고용승계도 약속했는데 손발 다 묶으면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공정위가 좌석 간격까지 간섭하나”라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해당 기업은 “수용한다”고 했지만, 그게 전부가 아닌 것이다.
공정위가 경쟁을 촉진시키고, 소비자 후생을 제고하려는 노력은 타당하다. 그러나 매사 경쟁 그 자체만 보는 행정은 경계해야 한다. 양대 항공사 합병이 과도한 부채로 생사기로에 처한 아시아나를 대한항공에 합병시켜 한국 항공산업의 경쟁력을 키우자는 취지에서 추진된 사실은 공정위도 잘 알 것이다. 2020년 말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 등을 통해 정부도 깊이 관여했다. 그럼에도 공정위가 이른바 ‘경쟁 제한성’이나 합병에 대한 해외의 심사 추세에만 과도하게 주목해선 곤란하다.
경제 변화에 따라 앞으로도 자율·타율의 다양한 인수합병(M&A)이 진행될 텐데 “공정위 때문에 합병이 어렵다”는 말이 나와선 곤란하다. 과도한 합병 조건을 고집한다면 교각살우의 우(愚)를 범하게 된다. 미국 EU 중국 등 주요 8개국의 심사 결과를 토대로 이번 승인안을 수정·보완할 때 시장과 업계 우려를 전향적으로 반영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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