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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 수렁…하루 1억달러씩 무역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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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지난 20일까지 51일간 누적 무역수지 적자가 65억달러를 넘어섰다. 하루 평균 1억3000만달러의 적자가 쌓이고 있는 셈이다. 반도체 등 주력 제품 수출은 증가세를 보였지만 국제 유가가 가파르게 뛰면서 원유 수입액이 급증한 결과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에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원자재 가격의 고공행진이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어서 우리 경제에 고유가발(發) 위기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무역수지 적자(통관 기준 잠정치)는 16억7900만달러로 집계됐다. 무역수지는 원유 가스 석탄 등 3대 에너지원 가격 급등으로 지난해 12월 20개월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달에는 역대 최대 수준인 48억9000만달러의 무역적자가 발생했다. 1월부터 지난 20일까지 누적 무역수지 적자는 65억6900만달러에 달한다. 이달 집계분이 8일 정도 남았지만 현 추세라면 3개월 연속 무역적자가 예상된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2008년 6월부터 9월까지 4개월 연속 무역적자가 발생한 이후 최장 기간이다.

대규모 무역적자는 수출이 부진해서가 아니다. 이달 1~20일 반도체 철강 자동차 등 주력 품목의 수출은 10.9~18.1%의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문제는 수입액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1월부터 지난 20일까지 51일간 수출 증가폭은 전년 동기 대비 14.4%였지만 수입 증가폭은 25.9%에 이르렀다. 지난달 3대 에너지원 수입액이 159억5000만달러로 작년 1월(68억9000만달러) 대비 2.3배 늘었다.

유가 상승과 맞물려 에너지 수입액 증가세는 계속되고 있다. 이달 1~20일 원유 수입액은 48억8600만달러로 작년 동기 대비 54.8%나 많았다.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여파로 무역수지 적자가 올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에 고유가까지 겹치면서 산업계는 비상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무역수지가 장기간 적자를 이어간다면 올해 성장률 둔화는 물론 국가신용도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란 경고도 나온다.
쌓이는 무역적자…올해 성장률 목표 3.1% 달성 '빨간불'
정부는 2월까지 3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가 지속되더라도 3월부터는 흑자 기조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를 걸고 있다. 최근의 무역적자가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달리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비관적 해석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추위로 원유 등 에너지 수입이 늘어나는 겨울은 무역수지가 악화되는 흐름을 나타냈다”며 “고유가 상황이 지속되더라도 날씨가 따뜻해지면 무역수지는 호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비롯한 대외 변수들이 유가를 더욱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이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예상보다 맹위를 떨치고 있는 것도 불안 요인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급망 혼란 등에 따른 악영향도 수입액 증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코로나19 피해가 진정되기 전에는 관련 흐름이 바뀌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무역수지 적자가 앞으로 3~4개월 지속되면 가계경제 및 기업에 상당한 부담을 주게 된다. 우선 무역수지 적자가 고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것인 만큼 올해 연간 물가 상승폭이 정부 전망치(2.2%)를 뛰어넘을 가능성이 높다. 당장 한국은행은 오는 24일 발표할 ‘수정 경제 전망’에서 3% 안팎의 연간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물가 상승은 금리 인상 흐름과 맞물려 소비를 억누르게 된다. 가계 경제에서 생활비 지출 비중이 높아지며 여행과 음식 판매 등 보복소비가 일어날 것으로 기대됐던 분야에 돈이 흘러들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에 고유가 직격탄까지 맞은 기업들의 실적 악화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고유가에 따른 물가 상승이 세계적 현상인 만큼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수출기업의 실적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권희진 KB증권 연구위원은 “무역수지 적자는 수출기업들이 오르는 원자재 가격을 판매 가격에 충분히 전가하지 못한 측면도 크다”며 “이 같은 현상이 장기화하면 국내 구매력을 낮춰 내수 및 소비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가계와 기업이 동반 침체에 빠지며 정부가 내놓은 올해 3.1%의 경제성장률 목표치 달성도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지난해 한국은 사상 최대 수출 실적(6445억달러)을 토대로 4.0%의 경제성장률에 턱걸이했다.

노경목/맹진규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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