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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에 IT 투자 자문 몰려…'플랫폼 규제'가 이슈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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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시 판교는 요즘 대형 로펌 사이에서 ‘기회의 땅’으로 여겨진다. 스타트업과 혁신기업뿐 아니라 대기업 계열사까지 모여들면서 이들 기업이 진행하는 투자 관련 법률 자문을 수임할 기회가 쉴 새 없이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로펌들은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판교에 사무소를 내고 핵심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먼저 터를 잡은 법무법인 태평양과 세종은 더 넓은 곳으로 사무소를 옮기고 변호사 수도 늘리고 있다.

여기에 광장이 지난 14일 사무소를 내며 ‘판교 대전’에 가세했다. 세 로펌의 판교 사무소 업무를 지휘하는 정의종(태평양·사법연수원 20기), 김태주(광장·36기), 조중일(세종·36기) 변호사를 만나 로펌업계의 격전지 공략 전략 등을 들어봤다.


▷로펌들이 판교를 주요 거점으로 삼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정의종 변호사=고객을 조금이라도 빨리 만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판교 기업들의 문화를 쉽게 접하고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는 의미가 큽니다. 기업 임직원과 자주 만나 얘기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관심사와 고민을 파악할 수 있지요. 이게 법률 자문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김태주 변호사=판교는 주요 정보기술(IT) 기업, 바이오 기업, 스타트업 등의 산실입니다. 이들에 제대로 된 자문을 제공하려면 가까운 곳에서 우리를 편하게 찾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스킨십’을 늘려야 그들의 사업 분야와 고민을 잘 이해할 수 있지요.

▷조중일 변호사=처음엔 ‘기존 고객들과 미팅을 편하게 하자’는 단순한 취지로 사무소를 냈습니다. 그런데 막상 와서 보니 이들 외에 자문받을 만한 상장사와 스타트업이 꽤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이들을 자주 만나면서 고객을 늘려갔고 그만큼 실적도 쌓았습니다. 판교는 ‘기회의 땅’이에요.

▷판교 기업만의 독특한 기업문화가 있다면.

▷조 변호사=의사소통 속도가 확실히 빠릅니다. 궁금한 점이 생기면 카카오톡 등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그때그때 묻지요. 정식 회의가 아니더라도 신속하게 서로의 사무실을 오가면서 자문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김 변호사=경영자들이 리스크가 있더라도 도전하려는 경향이 기존 기업보다 강합니다. 창의성을 중시하고 문제 해결에 더 초점을 맞추는 것도 특징 중 하나입니다. 일반 직원들이 내는 의견을 잘 반영하는 수평적 문화도 특징입니다.

▷정 변호사=형식보다는 실질, 나이보다는 전문성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조언이 필요하면 이메일과 메신저, 화상회의 등을 통해 자유롭게 소통합니다. 나이가 어리더라도 전문가로 인정받는 사람이라면 그의 조언을 경청하는 분위기예요.

▷판교 기업을 상대로 한 자문 성과 중 대표적인 것을 꼽자면.

▷김 변호사=지난해 네이버와 신세계그룹의 2500억원 규모 주식 교환, 네이버의 메타버스 관련 자회사 제페토의 2200억원 규모 투자 유치, 칼라일그룹의 카카오모빌리티 투자(2400억원) 등입니다. 올해는 자율주행 시뮬레이션 스타트업인 모라이의 250억원 규모 시리즈B 투자 유치도 도왔습니다. 상장 예정인 퓨런티어와 SK쉴더스(옛 ADT캡스) 등의 법률 자문도 맡고 있지요.

▷정 변호사=기업공개(IPO) 시장에서 크래프톤(공모금액 4조3098억원)과 카카오뱅크(2조5525억원), 카카오페이(1조5300억원) 등 대어들의 증시 입성을 도왔습니다. 특히 카카오뱅크는 인터넷은행 자격을 획득할 때부터 자문을 맡아 상장까지 함께한 곳이다 보니 기억에 남아요. 이젠 국내 일반 은행을 위협 중인 인터넷은행의 탄생과 성장 과정을 도왔다는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조 변호사=카카오가 쇼핑몰 지그재그를 운영하는 크로키닷컴을 인수할 때 자문을 맡았습니다. 분할 합병이라는 특이한 구조를 사용해 딜을 성사시켜 기억에 남습니다.

스타트업 중에선 자율주행 센서 개발업체인 포티투닷의 투자 유치 건이 기억납니다. 설립 초창기부터 자문을 맡아 그 이후 투자 유치 과정에서도 함께했습니다. 지난해 시리즈A로 1040억원을 투자받았는데, 지금까지 국내 스타트업의 시리즈A 중 가장 큰 규모지요.

▷투자 자문 외에 힘을 쏟고 있는 분야가 있다면.

▷정 변호사=규제 분야입니다. 특히 플랫폼 기업이 여러 분야 규제를 동시에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공정거래, 세무, 금융, 방송통신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뭉쳐 기업이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지 자문해주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노사 문제입니다. 이젠 판교 기업들 사이에서도 직장 내 괴롭힘, 성과급 관련 갈등 등 노사 문제가 불거지고 있습니다.

▷조 변호사=규제에 대한 대응이 정말 중요해졌습니다. 과거엔 성장 전략에만 초점을 맞춰도 됐지만 점점 강해지는 규제와 외부 평판까지 신경써야 합니다. 결국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흐름과 맞닿아 있습니다. 법에 어긋나지 않더라도 국민들로부터 ‘소상공인 영역 침범’, ‘문어발식 사업 확장’ 등의 비판을 받을지도 고려해야 합니다.

▷김 변호사=신규 사업 모델에 대한 규제입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새로운 산업이 줄줄이 탄생하면서 이 영역에서 어떻게 적법하게 사업을 할지에 대한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정부가 입법을 추진 중인 온라인 플랫폼 규제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대응 방안에 대한 자문 요청이 많을 것으로 보여 미리 준비하고 있습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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