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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 칼럼] 시험대 오른 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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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金)을 투자 포트폴리오에 넣고 있는 사람들은 참 마음이 복잡할 것 같다. 40년 만의 인플레이션이 도래했다는데, 대표적 안전자산이자 ‘인플레 헤지’ 수단인 금 가격이 기대만큼 뛰지 않아서다.

지난 주말 뉴욕상품거래소에선 금값(4월물 선물가격)이 트로이온스(31.1g)당 1902달러를 기록하며 8개월 만에 최고점을 찍었다. 미 중앙은행(Fed)이 올해만 예닐곱 번 기준금리 인상을 강력 시사할 정도로 인플레가 화두이고, 우크라이나 전쟁 위험이 동시에 고조되면서 직전 저점(작년 9월 말 1726달러)에 비해 많이 올랐다. 그러나 2020년 8월 사상 처음으로 2000달러를 돌파하고 “3000달러 간다”고 했던 분위기를 돌아보면 시세 부진이 틀린 말은 아니다.

두 가지 해석이 있다. ‘디지털 금’이라는 암호화폐의 등장으로 금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는 게 첫 번째다. 암호화폐도 안전자산 비슷한 ‘방어자산’으로 불리면서 금의 체면이 이만저만 구겨진 게 아니다. 비트코인이 지난 18일 4만달러대가 깨지며 전쟁 가능성 충격파를 견뎌내지 못한 걸 위안 삼아야 할 정도다.

다음으론 ‘안전자산 금’에 대한 과도한 환상이다. 비교기간을 길게 잡으면 인플레 헤지 순(順)기능이 도드라져 보일 수 있지만, 기간이 짧으면 그렇지도 않다. 지난 50년간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금값(실질가격)은 다른 자산처럼 오르내렸다. 금을 인플레 헤지 수단으로 선명하게 각인시킨 미국의 달러 금태환(兌換) 중지 선언(1971년) 이후 10년간 금시세가 급등했을 뿐, 이후 40년 동안은 S&P500지수가 연평균 12.2% 오른 데 비해 금값은 연간 3.6% 상승에 그쳤다.

인플레와의 전쟁이 어떻게 전개되느냐도 변수다. 글로벌 긴축이 본격화해 금리가 빠른 속도로 오르고 인플레 위험을 잠재울 수 있다면 달러화 가치가 강세를 띠고 금값 상승엔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세계 최대 금 소비국 중국의 경제성장이 예상대로 크게 둔화한다면 금값에 도움될 리 없다.

초인플레로 법정화폐가 휴짓조각이 된 베네수엘라 국민은 잘게 부순 금조각들을 들고 다니며 음식을 사먹고 상거래를 한다고 한다. 금이 최종화폐·궁극적 화폐(currency of last resort)로 불리는 이유다. 그러나 금광석도 제값을 받으려면 레프 톨스토이 비유처럼 ‘(주변의) 금이 아닌 것을 모두 씻어내야’ 한다. 그러기엔 암호화폐 등 ‘금이 아닌 금 주변물’이 너무 많긴 하다.

장규호 논설위원 daniel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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