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랑랑(39·중국)과 크리스티안 지메르만(65·폴란드)이 코로나19를 뚫고 잇달아 내한공연을 연다. ‘대륙의 모차르트’ 랑랑은 오는 23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전설’ 지메르만은 25일 대구 콘서트하우스를 시작으로 전국 투어에 나선다.
2016년 이후 6년 만에 방한하는 랑랑은 슈만의 ‘아라베스크’와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들려준다.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피아니스트들에게 ‘구약성서’로 불린다. 둘 이상의 선율을 조화롭게 쌓아 올리는 ‘대위법’의 정수가 담겨 있어서다. 랑랑은 2020년 9월 골드베르크 변주곡 전곡을 음반으로 발매했다.
지난달 24일까지만 해도 랑랑의 독주회는 해외 입국자 격리 지침 때문에 개최 여부가 불확실했다. 랑랑은 한국에서 7일 동안 자가격리를 하면 다른 나라 공연이 차질을 빚게 돼 내한공연을 취소하려고 했다. 하지만 지난 4일 격리지침이 바뀌면서 내한공연이 성사됐다. 해외 입국자가 중요한 사업 목적으로 입국할 경우 기업 대표에게 위임장이나 확인서를 제출하면 격리를 면제하도록 예외 규정이 마련된 것. 랑랑은 유니버설뮤직과의 음반 계약을 근거로 한 확인서를 제출해 17일 격리가 면제됐다.
지메르만은 17일 입국해 자가격리 중이다. 그는 대구에 이어 부산문화회관(27일), 서울 롯데콘서트홀(3월 1·2·6일), 대전 예술의전당(3월 4일) 등에서 독주회를 연다. 바흐의 ‘파르티타 1번과 2번’과 폴란드 작곡가인 쇼팽의 ‘피아노 소나타 3번’, 시마노프스키의 ‘마주르카 13~16번’을 들려준다.
1975년 쇼팽콩쿠르에서 우승한 뒤 ‘피아니스트의 피아니스트’라고 불리는 지메르만은 클래식 애호가들에게 까칠한 피아니스트로 알려져 있다. 연주 때마다 자신의 피아노 건반을 직접 들고 다니며 공연장 피아노에 조립해서 연주한다. 녹음과 녹화를 일절 금지하는 등 공연장 관계자들에게도 상대하기 까다로운 연주자다. 완벽한 연주를 위한 그의 엄격한 태도를 보여주는 면모다.
지메르만의 내한 공연에 클래식계는 들뜬 분위기다. 1년에 50회 이상 무대에 서지 않는다는 철칙을 가진 그가 국내에서 여섯 차례나 공연하기 때문이다. 피아니스트 김주영은 “지메르만은 완벽을 추구하는 연주자라 음악회를 허투루 열지 않는다”며 “전 세계 피아니스트들이 가장 닮고 싶어 하는 피아니스트로 꼽는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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