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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한잔 하려다 일주일 용돈 써야"…한숨 깊어진 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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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 삼겹살에 소주 한잔 하기도 어렵겠네요.”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주는 대명사였던 '삼겹살에 소주 한잔'이 이제는 사치가 되고 있다. 소주도, 삼겹살도 값이 너무 올라서다. 서민들이 즐겨 찾는 식음료 가격이 줄지어 오르는 분위기다.

직장인 박모 씨(40)는 퇴근길 직장동료와 삼겹살에 소주 한잔 마시던 것을 몇 달째 미뤘다.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영업시간에 맞춰 식당을 방문하기 어렵기도 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돈’ 때문이다. 최근 물가가 크게 뛰면서 2명이 삼겹살 2인분에 소주 각 1병씩 마시고 간단한 요깃거리로 허기를 달래면 6만~7만원은 족히 든다. 소주 한잔에 이야기꽃이 피어 안주 삼아 삼겹살 1인분이라도 추가하면 소주 한잔 하려 했다가 일주일 용돈을 써야하는 지경이다.
식당서 소주 한병에 6000원 시대 온다
앞으로 이같은 외식은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우선 소주 값이 오른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소주업계 1위인 하이트진로는 오는 23일부터 참이슬과 진로 출고가를 7.9% 인상한다. 참이슬 후레쉬와 참이슬 오리지널의 공장 출고가격이 기존 1081.2원에서 1166.6원으로 85.4원(7.9%) 오른다. 360mL 병과 일부 페트병류가 대상이다. 진로도 2019년 출시 이후 처음으로 출고가가 7.9% 뛴다.

소주 가격 인상은 일반 식당가의 판매가격과 직결된다. 음식점에선 곧 소주 값이 1000원 이상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업체에서 출고가를 몇 십원 올리더라도 음식점에선 1000원 단위로 가격이 뛴다"고 설명했다. 벌써부터 동네 식당가 소주 한 병 가격이 5000~6000원 하는 시대가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음식점에서 소주 한 병(7.5잔)을 6000원에 판매하면 소비자는 한 잔당 800원을 내고 소주를 마시게 되는 셈이다.

하이트진로가 소주 값 인상 신호탄을 쏘면서 롯데칠성음료, 무학, 보해양조 등 다른 소주업체들도 '인상 퍼레이드'에 합류할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 주류업계는 1위 업체가 먼저 가격 인상을 선언하면 다른 업체들이 줄줄이 따라가기 때문이다. 값이 오르는 건 소주 뿐만이 아니다. 이어 맥주 가격도 오를 전망인데, 주세법 개정안 적용에 따라 오는 4월부터 맥주에 붙는 세금이 L당 855.2원으로 지난해보다 20.8원 인상되기 때문이다.
삼겹살에 김치찌개·비빔밥까지 줄줄이 올라
소주, 맥주와 단짝이자 서민 외식의 대표 주자인 삼겹살도 가격이 뛰고 있다. 통계청이 공식적으로 내놓는 외식물가가 약 13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는 등 외식물가 오름세가 가파르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삼겹살 200g은 같은해 1월과 비교해 1만 6581원에서 1만 6897원으로 1.9% 올랐다.

이 시기 대표 외식 품목(서울 기준) 8개 중 7개가 값이 뛰었다. 냉면이 지난해 1월 9000원에서 12월 9731원으로 8.1% 올라 1만원에 육박했다. 짜장면은 같은 기간 5346원에서 5692원으로 6.4% 올랐다. 김치찌개백반 가격은 7000원대, 비빔밥 가격은 9000원대까지 인상됐다. 지난해 1월 서울의 김치찌개백반 가격은 6769원에서 12월 4.5% 오른 7077원이 됐고, 비빔밥 가격은 8769원에서 4.3% 오른 9154원이 됐다. 칼국수는 7308원에서 7615원으로 4% 올랐다.


퇴근 후 서민들의 시름을 부담 없이 달래주던 '삼겹살에 소주 한 잔'이라는 말도 쑥 들어갔다. 국내 한 삼겹살 프랜차이즈 전문점의 1인분 삼겹살 가격은 2만1000원(150g)으로 그나마 성인 1명이 먹기에는 양이 차지 않는다. 3명이서 삼겹살만 먹는다고 해도 최소 8만4000원에서 10만원 이상은 줘야 한다.

이날부터 거리두기가 일부 완화돼 외식에 나서려던 이들도 어지간해선 식사 비용을 감당하기가 부담스러워졌다. 서민들의 아우성에도 외식업체의 가격 인상 압박은 거셀 전망이다. 이억원 기재부 1차관은 전날 열린 물가차관회의에서 “코로나19 회복과정에서 수요 압력이 점차 높아지는 가운데 에너지·원자재 가격 상승 등 당초 예상보다 국내외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져 2월에도 어려운 물가 여건이 지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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