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중앙은행이 2개월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터키중앙은행은 이날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14%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터키중앙은행은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확산과 러시아-우크라이나 관련 지정학적 위기로 인한 글로벌 경제 하방위험, 불확실성 증가 등에 주목했다.
터키의 지난 1월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48.69% 급등했다. 이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비상식적인 통화 정책 탓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높이는 전통적인 방식 대신 거꾸로 금리를 내리는 정책을 펼쳤다. 터키 중앙은행은 연 19%이던 기준금리를 지난해 9월부터 넉 달 연속 인하했다.
이로 인해 터키 리라화가 폭락했고, 치솟는 물가에 기름을 끼얹었다. 18일 리라·달러 환율은 13.59리라로 1년 전(7.05리라)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금리 동결을 계기로 그간 살인적인 물가 상승세에도 비정상적으로 금리 인하 정책을 유지했던 터키 당국이 파행을 멈출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그러나 많은 시장전문가들은 "리라화 붕괴가 촉발되지 않는 한 터키중앙은행의 정책 방향이 향후 몇달 간 변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은 "인도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등 신흥아시아 국가들이 코로나19 이후 그동안 완화적 통화정책을 통해 경기성장에 집중할 수 있는 '여지'를 누려왔지만, 조만간 긴축으로 돌아서야 하는 압박이 심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스티브 코크레인 무디스 애널리틱스 수석 APAC 이코노미스트는 "신흥아시아의 통화당국은 올해 상반기 경기성장세가 이어질 때까지 금리 인상을 관망하는 입장을 선호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그들이 계획했던 것보다 일찍 긴축적 행동을 취해야 할 위험이 감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노무라증권도 "신흥아시아 중앙은행의 정책 전환이 가까워졌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