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양 쌀값
조선 22대 왕 정조(1776~1800) 때 한양 쌀값이 폭등했습니다. 날씨 탓이었죠. 원성이 들끓자 한성부윤(지금의 서울시장)이 나섰습니다. 사재기 금지, 쌀값 폭리 금지조치를 단행했습니다. “폭리를 취하는 상인은 사형에 처한다”는 조치를 왕에게 건의했어요. 정조가 시행 명령을 내렸습니다. 실학자였던 박지원(1737~1805)이 태클을 걸었습니다. “지금 한양 쌀값이 오른 것을 보고 전국 각지의 상인들이 쌀을 짊어지고 올라오고 있어요. 쌀값을 올리면 사형을 시킨다는 말을 듣고 발길을 돌리고 있어요. 상인들이 돌아가면 쌀 부족은 해결될 방법이 없고 한양 백성들은 죽게 됩니다.” 정조가 어떤 명을 내렸을까요? #2 허리케인 얼음값
한양 쌀값과 비슷한 현상이 2004년 미국 플로리다에서 일어났어요. 허리케인 ‘찰리’가 지역을 강타하자 평소 2달러였던 얼음주머니 가격이 10달러로, 평소 250달러였던 가정용 발전기 가격이 2000달러로 치솟았답니다. 주민들의 원성이 높아졌습니다. 플로리다주 법무장관은 상인들의 비양심을 규탄하면서 ‘가격 폭리 처벌법’을 적용하겠다고 했고, 일부 경제학자는 가격 결정에 윤리를 내세우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어요. 어느 쪽이 정의로운가요? #3 로베스피에르 우윳값
프랑스에서도 가격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프랑스혁명(1789~1794)으로 사회가 불안해지자 생필품 가격이 폭등했습니다. 혁명을 주도한 정치인 로베스피에르(1758~1794)는 불만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우유가격을 절반으로 낮췄습니다. 어린아이들이 먹을 우유가격이 폭등해선 안 된다는 점을 명분으로 삼았습니다. 낙농업자들은 그 가격으로는 젖소를 키울 수 없다고 했어요. 그렇게 하려면 소가 먹을 건초더미 가격이 낮아야 한다고 했어요. 로베스피에르는 건초 가격을 후려쳤습니다. 그랬더니 건초업자들이 손을 놨습니다. 결국 아이들은 우유를 구경조차 할 수 없게 됐습니다. 로베스피에르의 운명은 어떻게 됐을까요? #4 스트라디바리우스 경매 가격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에 바이올린 명품 스트라디바리우스 에피소드가 나옵니다. “여기 스트라디바리우스 한 대가 있다. 누구에게 주는 것이 가장 정의로운가?” 경매에서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내는 사람인가? 바이올린을 가장 잘 연주하는 어떤 사람인가? 우리는 부자가 경매에서 스트라디바리우스를 낙찰받아 가는 것을 이상하게 여깁니다. 대신 가장 잘 연주하는 사람이 갖는 게 정의롭다고 생각하죠. 최고 연주자를 어떻게 뽑을 수 있을까요? 정부가 선정위원회를 꾸리면 될까요? 선정위원회는 또 어떻게 꾸려야 할까요? 권력자가 입김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OO에게 주지!” 연주를 가장 잘하는 사람을 뽑기가 경매보다 더 정의롭지 않을 수 있습니다. 경매에서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낸 부자는 다른 연주자에게 빌려줄 겁니다. 실제로 이런 악기 후원은 많습니다. 샌델의 결론은 무엇일까요? #5 러시아 이야기 등
마거릿 대처(1925~2013) 영국 총리의 회고록에 소비에트연방(러시아의 전신인 소련)의 마지막 대통령이었던 미하일 고르바초프(1931~) 이야기가 나옵니다. 소련은 정부가 모든 가격을 통제하는 공산국가였습니다. 한 모임에서 고르바초프가 “어떻게 사람들이 굶지 않고 살도록 감독하십니까?”라고 대처 총리에게 물었습니다. 대처 총리는 “내가 아니라 가격이 하는 일”이라고 대답했습니다. “가격을 보고 기업들이 다른 나라에서 식량을 수입해 공급하는 덕분이죠.” 가격의 자동조절 기능을 아무리 설명해도 고르바초프는 알아듣지 못했다고 합니다.가격의 다양성, 즉 시장의 힘에 굴복한 정치인은 아마도 샤를 드골(1890~1970) 프랑스 대통령일 겁니다. 그는 “치즈만 246가지인 나라를 어떻게 통치할 수 있을까?”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어떻게 통치해야 할까요?
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NIE 포인트
1. 정조와 실학자 박지원 사이에 오고간 ‘한양 쌀값 이야기’를 찾아보자.2. 정상 이윤, 적절한 이윤, 과도한 이윤을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을 토론해보자.
3. 로베스피에르의 정책이 우유 공급을 어떻게 줄였는지를 본문에서 찾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