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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철의 글로벌 북 트렌드] 뇌과학이 열 미래는 텔레파시로 대화하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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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세기 일본은 전 세계 가전과 정보통신 시장을 주름잡았다. 하지만 21세기에 접어들면서 기술 혁신에 실패한 일본 가전과 정보통신 산업은 급격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소니, 파나소닉, 도시바, 산요 등 한때 세계를 점령하며 대단한 영광을 누렸던 브랜드들은 날개 없는 추락을 경험했고, 그 사이 한국과 중국의 브랜드가 시장을 점령했다. 일본 내 경제 전문가나 경영자들 사이에서도 끝을 알 수 없는 일본 경제의 쇠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은 인공지능(AI)과 뇌과학을 활용한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에 다시 박차를 가하며 부활을 꿈꾸고 있다.

《뇌와 인공지능을 연결하면 인간의 능력은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는가(と人工知能をつないだら人間の能力はどこまで張できるのか)》는 작년 말 일본에서 출간돼 인기를 끌고 있는 책이다. 일반인들이 어렵게 생각하는 뇌과학과 인공지능의 세계를 알기 쉬운 언어로 풀어내 주목받고 있다.

책에는 대화하지 않고도 상대에게 생각을 전달하거나, 식욕을 관장하는 뇌 영역을 자극해 먹고 싶은 생각을 사라지게 하거나, 인공지능이 뇌 상태를 확인해 주치의에게 전달하거나, 뇌파를 확인해 우울증을 예방하거나, 아인슈타인과 같은 유명인의 뇌를 빌리거나, 뇌와 뇌를 서로 동기화해 뇌를 페이스북화하는 등 SF소설이나 영화에나 등장할 법한 시나리오가 소개된다. 감히 헤아릴 수 없는 잠재성을 가진 뇌가 신체라는 물리적 한계를 벗어나게 될 때 인간은 어떤 모습으로 존재할 것인가? 인공지능 기술은 과연 인간에게 축복일까 저주일까? 책은 인공지능 기술의 확장 가능성과 그 범위에 대해 흥미진진하게 설명하고 있다.

일본의 젊은 뇌과학자(1991년생)면서 도쿄대 의학부 노년의학과 교수인 곤노 다이치(紺野大地)와 뇌 연구 권위자이자 도쿄대 약학부 교수인 이케가야 유우지(池谷裕二)가 소개하는 ‘뇌과학과 인공지능이 결합하는 미래’는 기대와 동시에 두려움도 느끼게 한다. 머지않아 ‘AI 신인류’라고 불리는 새로운 형태의 인간이 출현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인공지능이라는 도구가 인간에게 도움이 될지 흉기가 될지는 결국 그것을 조종하는 인간에게 달려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간의 뇌와 인공지능의 결합은 이미 진행 중이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는 “대화 없이도 서로 생각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고전달(thought transmission)’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이 기술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텔레파시 능력과 별다를 바 없어 보인다.

“GPT-2에서 GPT-3로 인공지능은 이제 스스로 프로그래밍 언어로 질문하고 답변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GPT-3는 인간 수준에 가까운 표현력으로 주목을 받는 언어 인공지능 모델이다. GPT-3에 의해 인공지능은 스스로 새로운 인공지능을 만들 수 있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인간이 흉내 낼 수 없는 위협적인 학습량으로 인공지능은 지금 기하급수적인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책은 뇌와 인공지능의 결합을 위한 다양한 연구와 실험에 대해 알려주면서 더 이상 인공지능에 대한 논의를 과학자들에게만 맡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뇌는 결국 ‘마음’이면서 ‘영혼’이고, 인간이라면 모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주제이기 때문이다.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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