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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후보와 박용진 의원의 '이승만·박정희觀' [여기는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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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요즘 박정희 전 대통령을 찬양하는 일이 부쩍 많아졌다. ‘유능한 경제대통령’을 표방하는 자신의 이미지와 맞는다는 생각에서 인 것 같다. 과거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악담에 가까운 비난을 퍼붓을 때와는 사뭇 다르다. 작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뛰어들었던 박용진 의원은 이 후보의 역사관과 대척점에 서 있는 정치인이다. 두 사람의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관점을 비교하면서 이 후보의 역사관을 되짚어 봤다.

박 의원은 민주당 의원중 한국 현대사에 대해 가장 소신있는 발언을 하는 사람으로 꼽힌다. 그는 2020년 12월 연세대 학부생 500명을 대상으로 한 ‘리더십 워크숍’온라인 강의에서 이승만·박정희 두 전직 대통령을 미래지향적인 리더의 사례로 꼽았다. 그는 이승만 대통령에 대해서 “초가집으로 학교 지을 돈도 없던 나라에서 교육이 국민의 의무이고, 무상으로 해야한다는 걸 교육법에 명시한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물론 여러 과오가 많은 분이긴 하지만 한글을 가르치고 학문을 가르치려는 일에 전력했던 계몽가로서, ‘교육입국’이라는 자기 생각을 반영했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실제로 2차대전이후 독립한 신생국들중에서 한국처럼 교육에 열정적으로 투자한 나라는 싱가포르 정도 외에는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다. 초등학교 무상 의무교육에 따라 일제하 1943년 47%에 불과했던 초등학교 취학률은 1960년에 99.8%로 완전 취학상태에 이르렀다. 6·25 전쟁이후 빈약한 재정으로 중앙정부의 일반회계에서 문교부 세출 비중은 1954년까지만 해도 2%에 불과했지만, 이후 미국의 원조로 재정의 여유가 생기자 1959년에 18.4%로 급격히 높아졌다. 이는 국방부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것이다. 한편으론 나라를 지키는데, 다른 한편으론 미래를 짊어질 인재양성에 국가 돈을 집중적으로 투자했던 것이다. 이영훈 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 대통령의 집권시기를 “교육혁명기”로 표현했다.


박 의원은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선 ”군사 독재, 반(反)인권은 정확하게 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가 ’산업입국‘의 길을 닦기 위해 경부고속도로를 깔았다“고 했다. ”그때 대한민국에 바퀴 달린 자동차가 수천 대밖에 안됐다“며 ”(고속도로 건설을)국민이 이해못하고 야당도 반대했다. 그러나 그 고속도로가 깔렸기 때문에 대한민국, 수출, 물류 대동맥이 만들어져 10~20년 뒤를 준비했다“고도 했다.

박 의원이 민주당 이전 민노당 대변인 시절에 같은 당 정책위의장을 지낸 주대환 사회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또한 비슷한 관점에서 박 전 대통령을 바라보고 있다. ’원조 사회주의자‘에서 현대사 전문가로 변신한 그는 <주대환의 시민을 위한 한국 현대사>라는 책을 썼다. 이 책의 부제는 ”나는 4·19의 시만 읽은 게 아니라 5·16의 밥도 먹고 자랐다“이다. 그는 박정희의 경제 성장 모델은 성공했다는 평가와 함께 (이승만의)농지개혁을 가장 큰 토대로 제시하고 있다. 이승만을 ’친일파‘로 모는 것에 대해선 ”말도 안된다“고 일축한다. ”이승만 시기의 반일 캠페인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이승만이 자신을 친일파로 모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아마 기절할 것이다.“

이재명 대선 후보는 박 의원과 달리 여권 진보층에서도 강한 좌파적 역사관을 보여왔다. 그는 2017년 1월 대선 경선 예비후보 등록 직후 국립현충원을 찾아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만 참배하고,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은 그냥 지나쳤다. 그 이유에 대해 ”이승만 전 대통령은 친일 매국 세력의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은 군사 쿠데타로 국정을 파괴하고 인권을 침해한 독재자였다“고 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이곳에 묻혀 있다고 한들 광주 학살을 자행한 그를 추모할 수 없는 것처럼 그들에게 고개를 숙일 수는 없었다“고 했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산업화功‘도 부정했다. 2017년 1월 대전기독교연합봉사회관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해 ’경제발전과 근대화의 공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지만 그렇게 생각 안한다“며 ”이런 논리라면 일제가 한국을 침략해 철도를 깔았으니 공이 있다고 하자, 성격 좋은 강도에게는 ’좋은 사람‘이라고 해야 하느냐“고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을 강도에 빗대 표현한 말이다.

이 후보의 이런 역사관은 작년 대권 도전 선언때도 그대로 이어졌다. 그해 7월1일 고향 경북 안동의 이육사문학관을 방문해 ”대한민국이 다른 나라의 정부 수립 단계와 달라서 친일 청산을 못하고 친일세력들이 미 점령군과 합작해 지배체계를 그대로 유지했지 않은가“라고 주장했다. 그의 이런 시각은 주한미군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에 대해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사드 배치는 한미 동맹의 이름으로 한미가 사실상 종속관계임을 보여주는 사건“(2017년 1월31일), ”미군 철수를 우리가 각오하고 대비해야 한다. (미군)주둔은 미국 이익을 위해서 와 있는 걸 분명히 우리가 인정해야 한다.“(2017년 1월 3일)

그의 역사관을 얘기할 때면 이같은 편향성과 더불어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 자신의 역사관을 바꾸는 ’이중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작년 12월 대구·경북 지역을 찾았을 때 박정희 전 대통령을 ”대한민국을 산업화를 통해 경제 대국으로 민든 공이 있는 사람“으로 표현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농지개혁을 추켜 세우고,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선 ”전체적으로 보면 ’3저(저금리·저유가·저달러)호황‘을 잘 활용해 경제가 망가지지 않고 제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한 것은 맞다“고 했다. 두달전인 작년 10월 광주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면서 ”올 때마다 ’전두환 비석‘을 밟고 간다“며 ”전두환 씨 그분 제발 오래 사셔라“고 저주에 가까운 말을 쏟아내던 사람이 한 말이 맞나 귀를 의심케 한다.

최근엔 지지율이 답보상태를 보이자 중도층 흡수 전략으로 더 자주 박 전 대통령을 불러내고 있다. 지난 15일 부산과 대구 유세에서 ”좋은 정책이면 김대중 정책이냐, 박정희 정책이냐 가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국민통합을 내세우면서 경부고속도로 건설 등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치적에 대해 앞으로도 계속 언급해 나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에서 이기겠다고 종교를 개종하지는 않는다. 역사관은 한 사람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그대로 녹아있는 중요한 가치관이다. 상황에 따라 임기응변식으로 바꾸고 포장할 수 있는게 아니다. 그건 이 후보가 입버릇처럼 얘기하는 ’실용주의‘가 아니라 ’기회주의‘일 뿐이다. 자신의 본심을 숨긴 채 생각이 다른 사람의 입맛에 맞춰 표를 얻으려는 ’위장전술‘에 가깝다. 물러나면서까지 직원과 언론탓만 한 김원웅 전 광복회장은 ”소련군은 해방군, 미군은 점령군“, ”박근혜보다 김정은이 낫다“, ”차기 대통령은 빨갱이 소리를 듣는 사람이 돼야한다“ 등의 발언을 서슴지 않고 해왔다. 이 후보는 작년 11월 광복회를 찾아 ”김 회장을 존경한다“며 ”내 마음의 광복형“이라고 했다. 그런 이 후보가 김 전 회장의 비리에 대해선 꿀먹은 벙어리가 됐는지 궁금하다.

윤성민 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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