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를 일으키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감염된 백혈병 환자에게 제대혈(탯줄혈액) 줄기세포를 이식해 백혈병과 HIV 모두 치료하는 데 성공했다.
1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이본 브라이슨 박사와 존스홉킨스대 데버라 퍼소드 박사팀은 덴버에서 열린 레트로바이러스·기회 감염 학회에서 이 같은 연구성과를 발표했다.
보도에 따르면 연구진은 HIV에 걸린 백혈병 환자에게 HIV 저항성 기증자의 제대혈 줄기세포를 이식해 백혈병과 HIV를 치료하는 데 성공했다.
이 환자는 중년을 넘긴 혼혈 여성으로 2013년 6월 HIV 양성 진단을 받고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를 받아왔고, 2017년 3월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같은 해 8월 HIV가 인체 세포에 침투하는 것을 막는 변이를 가진 기증자의 제대혈 줄기세포를 이식받은 이 환자는 가족에게도 적합성이 부분 일치하는 줄기세포를 이식받았다.
줄기세포 이식 37개월 후부터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를 중단했고, 이후 14개월 이상 혈액에서 HIV가 검출되지 않았다. 백혈병 역시 관해(寬解.remission) 상태가 지속하고 있다고 연구진은 전했다. '관해'는 증상이 완화되거나 사라진 상태를 뜻한다.
이번 치료의 결과는 골수이식으로 HIV를 치료한 세 번째 사례이자 여성으로는 첫 성공 사례로, 대부분 HIV 감염자에게 적용되지 못했던 골수이식으로 HIV를 치료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앞서 성체 줄기세포로 HIV를 치료한 사례는 백인 1명과 남미 출신 1명 등 모두 남성이었다.
이들 중 백인 남성은 골수 이식 후 2020년 숨질 때까지 12년간 HIV가 검출되지 않았고, 남미 출신 남성도 2019년 같은 치료법으로 HIV가 치료됐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