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엔 ‘최초’ 타이틀이 붙은 첨단 제품이 수두룩하다. D램은 물론 상대적으로 늦게 시장에 진입한 낸드플래시 분야에서도 업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췄다는 것이 시장의 중평이다.
지난해 10월 업계 최초로 개발에 성공한 HBM3 D램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HBM(고대역메모리)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끌어올린 제품이다. 다른 메모리보다 성능이 월등히 높아 인공지능(AI), 기계학습 등 대규모 연산과 정보 저장이 필요한 데이터센터에 탑재된다.
지난해 12월에는 D램 단일 칩으로는 업계 최대 용량인 24Gb(기가비트) DDR5 제품의 샘플을 내놨다. 2020년 10월 업계 최초로 DDR5 D램을 출시한 데 이어 1년2개월 만에 선보인 최대 용량 제품이다. 이를 통해 세계 메모리 반도체 업계에서 DDR5 분야 기술력을 선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4Gb DDR5(사진)에는 최첨단 노광장비인 EUV(극자외선) 공정을 도입한 10나노 4세대(1a) 기술을 적용하면서 생산 효율도 대폭 개선했다.
SK하이닉스의 연구개발(R&D)에 속도가 붙은 것은 SK그룹에 편입된 뒤부터다. 특히 D램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세에 있던 낸드 역량 강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 2012년 이탈리아의 아이디어 플래시를 인수해 유럽 기술센터로 전환한 것이 시작이다. 같은 해 미국 컨트롤러 업체 LAMD를 인수하고 분당에 플래시 솔루션 디자인센터를 설립하는 등 재빠르게 사업 기반을 다졌다. 2014년에는 미국의 바이올린메모리로부터 PCIe(PCI익스프레스) 카드 사업 부문을, 벨라루스의 소프텍 벨라루스로부터 펌웨어 사업부를 인수했다.
공격적인 투자는 결실로 이어졌다. 2020년 12월 업계 최고층인 176단 512Gb TLC(트리플레벨셀) 4D 낸드플래시 개발에 성공했다. 지난해 1월에는 소비자용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낸드를 활용한 저장장치) 제품 ‘골드 P31’, ‘골드 S31’을 국내 시장에 정식 출시하며 소비자향 SSD 시장으로 저변을 넓혔다. 같은 해 4월에는 데이터센터에 쓰이는 기업용 SSD ‘PE8110 E1.S’의 양산도 시작했다.
부문별 실적을 들여다보면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음을 알 수 있다. 한동안 적자가 지속돼 온 낸드 사업이 지난해 3분기부터 흑자로 전환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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